금호타이어 채권단이 4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과 관련한 새로운 조건을 확정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측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 측이 채권단의 안을 받아들일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은 급물살을 타겠지만 또 다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매각은 미궁 속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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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주주협의회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4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조건과 관련한 입장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애초 지난주 초 주주협의회를 열고 상표권 관련 입장을 정리해 박 회장 측에 전달할 계획을 세웠는데 더블스타와 협의가 길어지는 등 최선의 방안을 찾기 위해 주주협의회 개최가 한주가량 미뤄졌다.
상표권 사용가격으로 박 회장 측이 제시한 매출액의 0.5%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안과 더블스타가 요구한 매출액의 0.2%와 박 회장 측의 절충안인 0.35%를 새롭게 제시하는 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표권 사용가격뿐 아니라 사용기간을 놓고도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더블스타는 5년 의무사용 뒤 15년 추가사용을 원하고 있지만 박 회장 측은 20년 의무사용을 요구하고 있다.
상표권 의무사용기간이 길수록 금호산업에 지불해야 하는 상표권 사용금액이 커지는 만큼 더블스타 입장에서는 의무사용기간이 짧을수록 좋다.
더블스타가 매출액의 0.5%를 상표권 사용가격으로 내야 한다면 지난해 금호타이어의 매출액 기준으로 한해 150억 원을 금호산업에 지불해야 한다.
20년을 의무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비용만 3천억 원에 이르지만 5년만 사용한다면 비용은 750억 원으로 줄어든다. 3천억 원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9550억 원의 30% 수준이다.
산업은행은 사용기간 역시 사용가격과 마찬가지로 더블스타와 박 회장 측이 요구하고 있는 중간수준인 12년6개월 의무사용에 7년6개월 추가사용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주주협의회에서 상표권 사용가격과 사용기간을 조정할 경우 이자율 감면 등을 통해 더블스타의 상표권 사용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매년 1천억 원가량을 이자비용으로 채권단에 내고 있어 채권단이 금리를 조금 조절해주면 이자비용을 줄여 더블스타의 상표권 사용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의 회생을 위해 더블스타 매각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만큼 금융업계는 채권단이 이자율 감면 등에서 큰 이견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 측이 금호타이어 상표권 사용과 관련해 채권단의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이지는 불투명하다.
박 회장 측이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은 급물살을 타겠지만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넘겨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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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금호그룹 재건의 마지막 퍼즐로 삼고 있는 만큼 또 다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럴 경우 금호타이어 매각은 미궁에 빠질 확률이 높다.
채권단은 이번 매각이 무산될 경우 박 회장의 경영권과 우선매수권을 박탈하고 금호그룹과 거래관계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채권단은 주주협의회에서 금호타이어의 경영평가에 관한 논의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금호타이어가 지난해에 이어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는다면 채권단은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채권단이 박 회장을 향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채권단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 입장에서 금호타이어를 되찾으려다 자칫 금호아시아나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 데 따른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