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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국, 하림그룹 고속성장의 무거운 업보 벗어날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7-07-02 0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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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고속성장의 무거운 업보 벗어날까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자산규모 10조5천억 원, 국내외 75개 계열사. 하림그룹의 외형이다.

김홍국 회장이 문재인 정부 들어 외아들 김준영씨의 편법승계 논란 등 재벌개혁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단기간에 재벌의 반열에 오를 정도도 몸집이 불어나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인데 그 위상에 걸맞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경영투명성을 확보해야 하는 일이 무겁다.

김 회장이 이런 변신에 성공하다면 성장통에 그칠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속성장의 업보로 곤궁한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 자산규모 10조5천억 그룹, 증여세 100억 원

2일 업계에 따르면 하림그룹의 지주사인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김홍국 회장으로 지분 29.74%를 보유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아들 김준영씨는 2개 회사를 통해 김 회장보다 더욱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김준영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 올품과 올품의 100% 자회사 한국썸벧은 제일홀딩스 지분을 각각 26.44%, 5.31% 보유하고 있어 둘을 합친 지분율은 31.75%에 이른다.

김준영씨는 올해 26살이다. 하림그룹 경영에도 아직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도 시가총액 10조5천억 원에 이르는 회사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셈이다.

더욱 큰 논란은 그가 하림그룹의 지배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낸 증여세가 100억 원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과세표준 30억 원 이상에 대한 증여세율이 50%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회사를 거의 공짜로 넘겨받은 셈이다. 하림그룹이 편법승계 논란에 휩싸여 있는 이유다.

하림그룹은 2010년 한국썸벧을 한국썸벧과 한국썸벧판매로 물적분할했다. 이를 통해 하림그룹은 한국썸벧판매→한국썸벧→제일홀딩스→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췄다.

김 회장은 그 뒤 보유하고 있던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2012년 김준영씨에게 증여했다. 2013년에는 한국썸벧판매가 올품을 흡수합병했고 이름을 올품으로 바꿨다. 하림그룹의 지배구조도 지금과 같은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주요 계열사로 바뀌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제일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제일홀딩스였다. 자사주가 80%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당시 나머지 지분율은 김 회장이 8.14%, 한국썸벧이 7.35%, 올품이 1.48%에 그쳤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제일홀딩스가 408만1991주의 자사주를 전량 무상소각한 데 이어 액면분할까지 거치며 김 회장과 한국썸벧, 올품의 지분율은 모두 합쳐 90%대까지 올랐다.

김 회장은 증여세 규모가 너무 작다는 비난을 놓고 “2011년도 증여한 뒤 2015년도 팬오션 인수와 계열사들의 실적향상으로 기업규모가 커지면서 발생된 오해”리며 “당시 기업가치에 맞게 증여세를 냈는데 현 자산가치를 들어 ‘10조 원의 회사를 증여하면서 100억 원의 증여세만 냈다’는 지적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증여 시점에 하림그룹 자산이 3조5천억 원대였고 증여세 역시 당시 자산규모에 맞게 냈는데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비판하는 건 억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회장이 그룹을 준영씨에게 물려주며 세금을 거의 안 낼 수 있었던 이유는 한국썸벧판매가 당시 작은 회사였고 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지도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작은 계열사 하나를 아들에게 물려준 후 그룹 차원의 지원을 통해 회사를 빠르게 키웠고 결국 이 회사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오르게 된 것”이라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편법승계라는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김준영씨에게 한국썸벧판매 지분을 증여한 이유를 놓고 “가정형편상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당시에 아들에게 증여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할 뿐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 유상감자 통해 증여세 대납 논란

김준영씨가 증여세를 마련한 방법도 논란으로 떠올랐다.

증여 당시 김준영씨는 올품 자산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차입해 5년 분납으로 증여세를 냈다. 그리고 빌린 돈을 갚기 위해서 올품의 유상감자 방식을 선택했다.

유상감자는 회사가 주식 수를 줄이면서 주주들에게 줄어드는 주식 수만큼 현금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이다. 올품은 30%(6만2500주) 규모의 유상감자를 하면서 그 대가로 김준영씨에게 100억 원을 지급했다.

이를 통해 김준영씨는 올품 지분율 100%를 유지하면서 증여세도 납부할 수 있게 됐다. 올품은 유상감자 직후 NS쇼핑 주식을 담보로 100억 원의 금융권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유상감자는 보통 감당할 수 있는 사업규모보다 자본이 더 많을 때 시행하거나 대주주가 돈이 필요할 때 실시하는데 이런 이유로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상감자를 두고 대주주가 기업의 이익을 빼가는 수단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적법한 절차였다고 항변했다.

김 회장은 “일반적으로 증여액 안에는 증여세가 포함돼 있다”며 “예컨대 200억 원을 증여했다면 이 중에서 100억 원의 증여세를 내는 구조인데 비상장주식이라 현물납부도 안되고 매매할 수도 없어서 가장 쉬운 방법인 유상감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여세는 증여받은 주식으로 현물납부가 가능한데 올품은 비상장주식이라 증여받은 주식을 처분하는 방법의 하나인 유상감자로 자금을 조달했다는 애기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증여세 납부를 위해 유상감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이다.
 
  김홍국, 하림그룹 고속성장의 무거운 업보 벗어날까  
▲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6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하림그룹 지주사인 제일홀딩스 코스닥시장 신규상장 기념식을 개최했다. 왼쪽부터 최규준 한국IR협의회 부회장,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 위원장,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민동기 제일홀딩스 대표이사,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전병조 KB증권 대표이사, 송윤진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재계 30위권 그룹에 맞는 지배구조 갖춰야

김홍국 회장이 억울하다며 연일 항변하고 있지만 하림그룹을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김 회장 말대로 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고 적법한 절차대로 이뤄진 일이지만 과거 국내 재벌들이 했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재벌기업들을 보는 사회적 눈높이가 높아지고 감시의 시선도 엄격해진 상황에서 김홍국 회장처럼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일이 과연 통할지는 미지수다.

하림그룹이 이번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에 따라 하림그룹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상이 달라졌다”며 “김 회장이 억울하다며 상황을 넘기기에 급급할 경우 앞으로도 수십년 동안 편법승계 논란이 김 회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림의 편법승계 논란은 실제 제일홀딩스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하림그룹 지주사 제일홀딩스가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돌아 체면을 구겼다.

30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제일홀딩스는 시초가보다는 올랐지만 공모가를 크게 밑도는 1만9050원에 장을 마쳤다.

편법승계 논란과 이와 관련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가능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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