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실적부진 후폭풍이 전자 계열사에 불어닥치고 있다.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전자 계열사들의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은 그동안 삼성전자 덕분에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스마트폰사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함께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도리어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 증권 애널리스트, 삼성SDI 삼성전기 실적부진 예상
신한금융투자는 삼성SDI의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 것이라고 8일 내다봤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 실적 악화로 스마트폰용 2차전지 사업부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며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보다 45.2% 늘어난 440억 원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전망치인 640억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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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 |
현대증권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사업 부진을 지적하며 3분기 삼성SDI가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모바일부문 출하가 부진해 영업이익은 시장 예상을 밑도는 423억 원에 그칠 것”이라며 “실적 개선은 내년에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SDI는 그나마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삼성전기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은 싸늘하다.
어규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의 3분기 영업이익은 114억 원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전분기보다 46.3% 줄어드는 것이고 시장 기대치인 245억 원보다 적은 것”이라고 말했다.
어 연구원은 “3분기는 전통적으로 IT 부품 성수기지만 삼성전자가 기대한 만큼 스마트폰을 많이 팔지 못하면서 삼성전자에 의존한 부품판매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4분기는 IT부품 비수기이고 삼성전자도 스마트폰 전략을 본격적으로 바꾸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들은 적자전환을 예상하기도 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삼성전기가 3분기 12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삼성전기가 창사 이래 최악의 실적에 해당하는 537억 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했다.
◆ 삼성전자에 대한 높은 의존도
증권사마다 예상치는 다르지만 삼성그룹의 전자 계열사들의 3분기 실적 부진을 예상하는 이유는 대부분 같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업계는 삼성전자 IT모바일(IM) 부문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이 2조원 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한다. IM부문은 그동안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담당해 왔는데 이번에 절반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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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진 삼성SDI 사장 |
이는 매출 대부분을 삼성전자, 특히 스마트폰사업에 의존하는 전자 계열사들에게 치명적이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에 모바일 기기용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는데 현재 전체 매출의 30%를 삼성전자 납품이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기판과 카메라모듈 등을 납품하는 삼성전기는 삼성SDI보다 더 심각하다. 전체 매출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60%가 넘는다.
실적부진 전망이 나오면서 8일 삼성전기 주가는 전날보다 3.13%(1450원) 하락한 4만4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4만445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SDI 주가 역시 소폭 하락했다. 이날 주가는 0.42% 내린 11만9500원으로 마감됐다.
◆ 삼성전자 의존도 줄이기 나서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로 위기에 몰린 전자 계열사들은 삼성전자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중이다.
삼성SDI는 지난 7월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LCD와 OLED 등 새로운 디스플레이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PDP에서 더 이상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대신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1일 미국 GCN사와 25㎿h 규모의 상업용 에너지저장장치 공급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전기차시장 확대로 삼성SDI의 자동차용 배터리사업도 향후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
소현철 연구원은 “미국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본격화되고 있고 중국정부가 16조 원 규모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전기차 수요가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며 “자동차용 2차전지 사업은 2017년부터 삼성SDI의 새로운 캐시카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기도 삼성전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시장을 잡기 위해 샤오미와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부품을 납품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중국시장 전담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하기도 했다.
어규진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에 대한 부품공급 증가는 내년부터 본격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실적개선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