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서버용 반도체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수요증가의 대부분을 서버업체들이 주도하며 업황개선을 이끌고 있고 SK하이닉스도 적극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버용 D램 공급이 늘어나며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보고 있지만 기업용 SSD의 시장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낸드플래시시장 확대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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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0일 “모바일과 PC용 D램 수요가 줄어들고 있지만 서버용 D램 수요가 늘어나며 업황악화를 방어하고 있다”며 “주요 IT기업이 서버확대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넷플릭스와 구글은 클라우드와 콘텐츠사업 확대를 위해 서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서버용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자 더 적극적으로 재고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 연구원은 4개 IT기업의 주도로 글로벌시장에서 서버용 D램의 출하비중이 지난해보다 6%포인트 늘어난 3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PC와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원가부담으로 D램의 가격협상을 요구하거나 탑재량을 낮추는 추세지만 서버업체들은 원가절감보다 시장점유율 확대가 주요 목표라 가격상승에 덜 민감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D램 가격상승이 점차 둔화하며 SK하이닉스의 실적성장세도 점차 꺾이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증권가에서 꾸준히 이어져왔다. 하지만 탑재용량과 단가가 높은 서버용 D램의 수요증가로 이런 가능성은 낮아졌다.
SK하이닉스는 이런 시장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서버시장 성장의 수혜를 더욱 극대화하고 있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서버용 메모리업체로 변화하고 있다”며 “기존 모바일 D램 생산라인을 서버용 D램으로 빠르게 전환하며 체질개선을 진행중”이라고 파악했다.
메모리 상향평준화를 주도하던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은 가격부담으로 점차 탑재용량을 줄이고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의 주력스마트폰에 D램 탑재용량도 3~4기가 사이에서 그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D램 시장규모가 3~4년 안에 모바일 D램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했다. 1분기 기준 전체 D램시장에서 모바일분야의 비중은 43.2%, 서버는 25.3%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1분기 글로벌 D램시장에서 20% 후반대의 점유율을 확보했는데 서버용 D램에서는 31%로 시장지배력이 더 강하다. 서버용 D램의 비중확대에 경쟁업체보다 큰 수혜를 볼 수 있다.
낸드플래시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클라우드서비스와 스트리밍콘텐츠의 발전으로 전자제품의 메모리 탑재량 증가는 부진한 반면 서버분야에서는 수요가 빠르게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모바일분야에 비해 서버용 SSD시장에서는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자칫 서버 중심의 메모리반도체시장의 변화에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분기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점유율 11.4%로 4위에 올랐다. 하지만 기업용 SSD시장 점유율은 3% 안팎에 그쳐 큰폭으로 뒤처지고 있다.
인텔은 이전부터 서버 고객사들에 시스템반도체를, 도시바와 웨스턴디지털은 하드디스크를 공급하며 고객기반을 확보해 강력한 시장지배력을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의 압도적인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인텔과 1~2위를 다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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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램과 SSD 솔루션. |
하지만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를 SSD로 만드는 컨트롤러 기술부족과 서버고객사 확보의 어려움이 SSD 시장확대에 약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노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실적개선과 주가상승의 새 동력을 찾으려면 서버용 SSD의 시장경쟁력 확보가 필수적”이라며 “선두기업과 격차를 빠르게 축소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내년부터 SK하이닉스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72단 3D낸드 기술을 서버용SSD에 적용해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기술경쟁력은 충분히 확보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SSD 기술과 공급망 확보를 노려 지난해부터 미국 하드디스크업체 씨게이트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뛰어든 것도 같은 목적으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씨게이트나 도시바와 SSD를 포함한 여러 사업분야에서 포괄적인 기술협력과 시너지를 추진하기 위해 협력을 검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