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이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보다 일자리를 늘리는 데 우선적으로 집중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19일 “현대차그룹이 단기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며 “중장기적으로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오너 일가가 사재출연 등을 통해 계열사 지분을 매입할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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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금융투자업계와 재계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고 현대모비스 등 주요 계열사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파악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현대차그룹을 포함해 4대 재벌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현대차그룹이 새 정부에서 지배구조를 개편해 경영투명성을 높일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과 그 기조를 감안하면 현대차그룹에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거나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일이 시급한 사안은 아니라고 이 연구원은 봤다.
이 연구원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며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HMC투자증권 등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데 (중간 금융지주회사 후보인) 현대캐피탈은 실질적으로 분할이 불가한 회사”라고 파악했다.
그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최근 중간 금융지주회사 도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명했고 지주회사 행위제한 규정을 강화할 것을 예고한 점은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촉진하는 것과 상반되는 정책방향”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이 당장에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해야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존 순환출자고리 해소가 문재인 정부의 기업정책에서 후순위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9대 대선에서 10대 공약으로 기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내세우지 않았다. 또한 김 위원장도 후보자 신분이었던 5월18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순환출자가 문제되는 곳은 사실상 현대차그룹 하나뿐”이라며 “시급하고 중요한 현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설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이 일자리창출에 나설 수 있도록 기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압박하는 일은 다소간 미룰 수도 있다.
이 연구원은 “새 정부는 일자리창출을 핵심의제로 설정했고 김 위원장도 재벌개혁의 궁극적인 목표가 일자리창출이라고 밝혔다”며 “현대차그룹이 기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데 일자리창출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 두 가지를 동시에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정부가 추후에 기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압박할 가능성은 높기 때문에 현대차그룹 오너일가가 사재로 순환출자고리에 엮인 주요 계열사 지분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순환출자고리 문제를 해소할 것으로 이 연구원은 봤다.
이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는 기업분할(지배구조개편) 가능성보다 오너 일가의 사익편취 방지, 기업의 의사결정구조 합리화, 주주 의결권 강화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확보하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