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병원이 농민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면서 검찰수사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5일 검찰에 따르면 백씨의 사망원인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형사3부(김후균 부장검사)는 백씨의 새 사망진단서를 받아 검토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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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이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이 바뀐 이유를 설명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대병원이 내부 윤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백씨의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사망원인을 병사에서 외인사로 수정하면서 백씨를 사망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도 ‘장기간 입원에 따른 내부장기손상’이 아니라 ‘외부타격에 따른 경막출혈’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백씨는 2015년 11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지면서 아스팔트에 머리를 부딪쳤다. 백씨는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의식불명상태에 머물다 2016년 9월25일 사망했다.
백씨의 주치의였던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등이 당시 사망원인을 ‘병사’로 주장하고 사망진단서에도 그렇게 표기해 논란이 커졌는데 9개월 만에 바뀐 것이다. 서울대병원이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수정한 것은 이번이 최초다.
김연수 서울대병원 부원장은 “외상 이후 장기간 치료받는 도중 사망한 환자는 사망원인이 병사인지 외인사인지 의학적 논란이 일어날 수 있지만 대한의사협회의 사망진단서 작성지침을 따르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백씨의 사망진단서를 수정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백씨 사망사건을 1년 반 이상 조사하면서 ‘늑장수사’ 논란이 일어났는데 이번 사망원인 변경을 계기로 수사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백씨의 유족은 2015년 11월 백씨가 쓰러진 뒤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 등 경찰 관계자들을 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경찰관들이 물대포 직사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살수차의 단계별 운용지침을 어기고 백씨를 조준해 쐈으며 경찰 수뇌부가 이것을 지시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16일 백씨의 사망사건과 관련된 공식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이 청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백씨의 사망사건에 관련해 “검찰의 수사결과 경찰의 잘못이 명확히 밝혀지면 유족에게 충분히 사과할 수 있다”면서도 “지금은 주장이 서로 굉장히 다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