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율주행기술 개발계획을 공식화했다. 아이폰 이후의 성장동력 증명이 다급한 상황에 이르자 사업확대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마무리하며 전장부품사업 본격화를 앞두고 있는데 애플과 경쟁관계에 놓이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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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 CEO. |
경제전문지 포천은 14일 “팀 쿡 애플 CEO가 자율주행사업 진출의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며 “경쟁업체들에 사실상 공개적으로 맞대결을 선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보도했다.
팀 쿡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최초로 애플의 자율주행기술 개발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여러 정황과 언론보도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애플이 2014년부터 연구개발에 나선 뒤 수년동안 비밀로 지켜왔던 자동차 관련사업 진출계획을 이제서야 내놓은 배경을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이폰 판매량을 놓고 부정적 관측으로 최근 애플 주가가 이틀만에 8% 가까이 급락한 ‘애플 쇼크’가 가장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이 아이폰 이후의 성장동력을 뚜렷하게 내놓지 못해 미래 성장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진행된 자율주행 시범운행결과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실험결과가 기대치를 밑돌 경우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는 계획까지 검토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 인수를 올해 초 마무리하고 전장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애플의 사업확대의지를 자극했다는 해석도 있다.
하만 CFO는 최근 미국의 경제포럼에서 “삼성전자의 인수로 충분한 지원을 얻어 무한한 발전가능성이 열리게 됐다”며 “이익을 극대화할 방법을 찾기 위해 시너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만은 자동차에 탑재되는 음향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관련 소프트웨어 등을 공급한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개발을 목표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전장부품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을 공급해 실적을 올리고 반도체기술을 통해 자율주행 기술발전에도 협력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제품경쟁력을 높여 완성차를 겨냥해 고객사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팀 쿡은 애플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율주행사업에 진출할지 밝히지 않았다. 자율주행 전기차 완제품을 직접 개발해 내놓을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애플도 결국 구글 등 글로벌 IT기업과 같이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등 핵심 솔루션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나설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BI리서치는 “애플은 완성차업체가 적용하기 편리한 형태의 솔루션 공급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며 “이미 BMW와 다임러가 애플과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다.
다른 조사기관 TRL도 “그동안 애플은 생태계 구축과 소프트웨어 구동에 장점을 보인 만큼 자동차 관련사업에서 완성차업체와 직접 경쟁하기보다는 협력을 노리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스마트폰시장에서 양강체제를 구축했지만 자율주행기술과 전장부품에서는 후발주자로 꼽힌다. 완성차 고객사 확보를 위해 경쟁업체와 차별화된 장점을 증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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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만이 자동차업체에 공급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력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스마트폰사업과 같이 하드웨어 분야의 장점을 앞세우며 하만의 음향기술과 소프트웨어 역량도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플은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용 하드웨어 분야에 경험이 없다. 따라서 사업진출계획을 공식화한 것이 완성차나 전장부품업체에 협력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LA타임스는 “자동차와 IT업체의 협력은 아직 초기단계인 만큼 애플도 충분히 지원군을 끌어모을 여지가 있다”며 “구글과 우버 등을 뒤따라 완성차업체와 전략적 협력을 맺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시관 가트너는 애플이 독자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기는 경쟁업체를 따라잡기 어려운 만큼 280조 원이 넘는 막대한 현금으로 전장부품업체를 인수할 여력도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애플이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선점하거나 직접 인포테인먼트 등 자동차용 시스템 공급에 뛰어들 경우 삼성전자는 강력한 경쟁자를 새로 맞이하게 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경제전문지 IB타임즈는 “삼성전자와 애플은 결국 전장부품사업에서 서로 경쟁자로 마주칠 수밖에 없다”며 “애플의 공식발표로 이제부터는 공개적인 대결이 시작되는 셈”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