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에 거액을 베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인수전을 둘러싸고 불확실성이 줄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가 앞으로 여유자금을 3D낸드 생산증설에 사용하며 시설투자를 대폭 늘려 시장점유율을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수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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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24일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유력해지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업체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시바는 19일 반도체사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마감했다. 하지만 인수제안을 보낸 업체들과 재협상을 진행하며 6월 또는 그 이후까지 추가입찰을 계속 받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도시바는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이유로 반도체사업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과 이른 시일에 다시 협상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추가 협상이 본입찰을 마감한 뒤 진행되는 만큼 인수전 결과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영국 더레지스터는 웨스턴디지털과 베인캐피털-SK하이닉스 컨소시엄이 공동인수에 나설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이 경우 업체들 사이 추가적인 협상이 진행돼야 하는 만큼 매각절차가 지연될 공산이 크다.
니혼게이자이는 도시바가 이번 협상에서도 웨스턴디지털과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더욱 강한 공세에 놓여 매각 진행이 불가능에 가까워질 수도 있다고 파악했다.
SK하이닉스는 베인캐피털과 컨소시엄을 꾸려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기존 예상과 달리 경영권이나 대규모 지분확보를 노리지 않아 투자규모는 5조 원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조 원 정도의 거액에 도시바 반도체를 통째로 인수할 경우 자체 투자여력이 줄고 매각절차가 지연되면 사업계획도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는데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된 셈이다.
박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이런 상황에서 올해 3D낸드 시설투자규모를 기존 예상치의 2배에 이르는 월 6만 장(웨이퍼 기준) 수준으로 늘려 점유율을 큰폭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업계 2위 도시바와 3위 웨스턴디지털은 각각 경영난 탈출과 인수자금 마련이 다급해 당분간 시설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인수절차가 장기화될수록 국내업체들은 이득을 보는 셈이다.
박 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글로벌 3D낸드 생산량 점유율 순위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순으로 재편돼 SK하이닉스의 위상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낸드플래시시장이 3D낸드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 만큼 전체 낸드플래시 점유율에서도 SK하이닉스가 경쟁업체들을 크게 따라잡을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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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가 3D낸드 증설을 진행중인 경기 이천시의 M14공장. |
박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급증하는 3D낸드 수요는 대부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SK하이닉스가 적극적인 생산투자 확대로 성장동력 마련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 역시 이런 시장상황을 고려해 3D낸드 생산량을 대폭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올해 낸드플래시 시설투자가 12조5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차별화를 위해 삼성전자보다 더 앞선 기술인 72단 3D낸드의 비중을 늘리는 등 다양한 대응전략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것으로 바라봤다.
김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3D낸드 기술발전속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며 “과거 실적기여 비중이 낮았던 낸드플래시가 이제는 가장 중요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