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이 1분기에 '깜짝실적' 을 냈지만 육류담보대출사건에 따른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19일 “동양생명은 보장성 신계약 판매증가와 격려금 등 비용 증가로 비차익이 감소한 상황에서 대규모 채권 처분이익을 통해 어닝서프라이즈가 발생했다”면서도 “보험영업지표의 안정화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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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 |
비차익이란 수입된 부가보험료에서 지출된 실사업비를 뺀 차액을 말한다. 비차익 금액이 적다는 것은 예정된 금액보다 실제로 사용한 사업비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동양생명은 1분기에 순이익 1159억 원을 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4% 증가한 것이고 동양생명이 영업을 시작한 이래로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이 1천억 원을 넘은 것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실적개선이라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양생명은 1분기에 일회성 이익인 대규모 채권매각이익 1262억 원을 반영했다.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세전이익은 375억 원에 그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국내 채권을 축소하고 해외투자자산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채권투자 전략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처분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동양생명이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을 보면 815억 원, 740억 원, 785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4분기에는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따른 피해로 입은 손실이 반영해 순손실 2126억 원을 봤다.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순이익 평균인 780억 원과 비교해봤을 때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올해 1분기 순이익은 크게 하회한다.
수입보험료도 올해 1분기 1조6470억 원을 거두면서 지난해 1분기 2조340억 원보다 19%가량 감소했다.
보험영업비용은 올해 1분기 7995억 원이 발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 늘어났다. 사업비 책정 비율이 높은 보장성 신계약을 늘리면서 사업비 부담이 증가해 비차익이 2016년 1분기보다 28% 감소한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1분기 깜짝실적으로 육류담보대출 사기에 따른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가 담겨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수입육류를 담보로 대출을 제공했는데 담보물 하나로 여러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중복으로 받은 사기사건으로 대손충당금 3176억 원을 쌓으면서 큰 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에도 추가로 대손충당금 110억 원을 쌓았다.
아직 육류담보대출 사기의 피해규모가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고 동양생명도 진행과정을 함구하고 있어 시장의 의구심을 털어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추후 관련소송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소송비용이 얼마가 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동양생명 주가는 19일 전날보다 30원(0.3%) 떨어진 994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1분기 실적발표가 공시됐던 15일의 다음날 주가가 반짝 큰 폭으로 뛰었지만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