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나고야 의정서가 올해 하반기 발효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원료수출국에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제협약으로 해외에서 들여온 화장품 원료비중이 높은 기업은 타격을 크게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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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나고야 의정서가 올해 하반기에 발효될 것으로 전망된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유전자 이용에 따른 이익을 생산국과 공유하도록 하는 국제협약으로 2011년 채택됐다. 의정서에 따르면 해외에서 생물자원을 들여올 때 생산국의 사전승인이 필요하며 일정한 수익을 추가로 나눠줘야 한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국내 화장품회사들은 화장품원료의 상당 부분을 해외자원에 의존하는 만큼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화장품 원료의 64%는 해외산이었다.
환경부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은 나고야의정서 발효로 산업계가 추가 지급해야 할 돈은 연간 509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익 공유율을 5%로 설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원료수입 절차가 복잡해져 예상하지 못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수입 비중이 높은 중국과의 관계도 문제다. 중국은 2015년 6월 이미 나고야 의정서를 비준하고 후속 법률작업을 하고 있다.
사드리스크가 아직 해소되지 않은 만큼 중국이 경제보복을 위해 나고야 의정서를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화장품 원료 등의 수출을 허가하지 않거나 높은 로열티를 요구하는 등 합법적 보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부터 나고야 의정서에 대비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국제동향을 지켜보고 있다. LG생활건강 역시 대응팀을 꾸려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은 국내산 원료의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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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
아모레퍼시픽은 독도와 울릉도에서만 서식하는 ‘섬기린초’ 추출물의 미백효과를 확인해 관련특허를 출원하고 화장품을 개발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지난해 출시한 '비욘드 피토 모이스처' 스킨케어 라인도 제주 곡물과 제주 화산 암반수가 원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국내 토종생물이나 특이생물 유전자 발굴 등에 집중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검토중인 사항인 만큼 예상되는 타격은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화장품 산업 지원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제도 정비에 나서기로 하면서 나고야 의정서에 따른 타격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화장품 산업 육성 및 발전 기본계획'에 ‘나고야 의정서 문제해결’도 담았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