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선사를 지원하는 선박은행인 한국선박해양이 출범해 현대상선에 8500억 원 규모의 자금지원을 6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상선은 자금지원을 통해 경영정상화를 위한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
|
|
▲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한국선박해양의 자금지원을 토대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화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한국선박해양은 국적선사들의 원가절감과 재무개선을 위해 선사가 보유한 선박을 시가로 인수한 뒤 선사들에게 다시 빌려주는 역할을 하는 선박은행이다.
초기 자본금 1조 원으로 26일 창립식을 열고 공식 출범했다. KDB산업은행이 50%, 한국수출입은행이 40%, 한국자산관리공사가 10%를 출자했다.
현대상선은 올해 6월까지 한국선박해양으로부터 8500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는다. 8500억 원 가운데 1500억 원은 컨테이너선 10척을 한국선박해양에 매각해 마련한다. 나머지 7천억 원 가운데 6천억 원은 영구전환사채 발행으로, 1천억 원은 유상증자를 통해 지원받는다. 매각한 컨테이너선은 다시 빌려서 사용한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한국선박해양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은 회사 운영자금으로 쓸 것”이라며 “유동성을 공급받아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한국선박해양의 지원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해 화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 부채비율이 낮아져 도산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화주들에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자금지원이 완료되면 부채비율이 187%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 관리 등을 거치면서 2015년 말 기준으로 2007%였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349%까지 낮췄다.
현대상선은 해운동맹에 가입하지 않아 화주들 신뢰를 확보하는 일이 절실하다. 덴마크 해운선사인 머스크는 현대상선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맺으면서 화주들이 동의할 경우에만 2M의 현대상선 선박에 화물을 싣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올해 2월 한진해운이 공식 파산한 뒤 한국 해운선사를 놓고 국내외 화주들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유통회사 월마트가 현대상선과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돌았다.
세계 해운시장은 2008년 이후 과잉공급으로 불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운사들이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운임을 낮춰 선복을 늘리는 ‘치킨게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4월 중순 기준으로 글로벌 컨테이너 운임은 2008년 운임의 64% 수준이다.
|
|
|
▲ 현대상선의 벌크선. |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한국선박해양의 자금지원이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은 지난해부터 채권단 관리 아래 경영정상화를 진행하고 있다.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 내실경영에 나섰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운시장이 워낙 안 좋았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봐 유동성을 공급할 방법이 없었다”며 “한국선박해양의 지원이 없으면 전환사채를 발행하거나 유상증자를 진행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상선이 한국선박해양에서 단기적인 자금지원을 받아도 언제든지 영업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 운임과 벌크선 운임은 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선사들이 이익을 볼 정도로 충분히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해운선사들의 유동성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은 한국선박해양을 통해 유동성을 지원받아 2018년까지 내실을 다지는데 주력하고 2019년부터 선대를 늘리기 시작해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1년까지 시장점유율을 5%로 끌어 올릴 방침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