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주사체제 전환계획을 철회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방식도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 지배구조개편을 통한 지분확보는 현딘계에서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는 등 ‘정정당당한’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거나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더욱 키우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 기존 경영승계 시나리오 백지화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검토해온 지주사 전환계획을 철회하기로 했으며 앞으로도 이를 추진할 계획이 없다고 2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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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외부전문가의 검토결과 지주사전환으로 얻는 효과가 크지 않고 지주사전환을 어렵게 하는 경제민주화법안 논의와 계열사들의 지분정리 문제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구속수감된 이재용 부회장도 등기이사 자격으로 이런 내용을 보고받았지만 별다른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전체 발행주식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자사주도 내년까지 모두 소각하겠다고 밝히며 지주사전환 철회의지를 분명히 했다.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으면 지주사체제로 전환해도 의결권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런 계획을 발표한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지주사 전환계획을 처음 공식화하며 검토에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부회장의 1심 결과가 나오는 5월 말까지는 구체적인 발표를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직결되는 문제다. 삼성전자의 지배력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를 분할한 뒤 지주회사를 삼성물산과 합병해 경영권 승계를 완성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유력했다.
하지만 지주사 전환계획이 철회되면서 이런 시나리오는 사실상 백지화됐다.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포괄적으로 도움을 받기 위해 최순실씨 측에 뇌물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부담이 커지자 이런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철회되면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과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를 연관짓는 특검의 주장이 힘을 잃어 판결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경영권 승계 새로운 방법은?
이 부회장은 재판결과와 관계없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계속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6%에 불과하다. 삼성전자의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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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
앞으로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3.5% 정도의 지분을 물려받거나 직접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정정당당’한 경영권 승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지분을 상속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다. 이 회장이 여전히 투병 중인데다 만약 상속법에 따라 상속을 받게 되면 이 부회장이 물려받을 수 있는 지분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순실씨의 입을 통해 어머니 홍라희 관장이 이 부회장으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탐탁치 않게 여긴는 말이 나돌았다는 점에 비춰볼 때 홍 관장이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분을 모두 물려줄 수 있다고 확언하기도 어렵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배력을 높여 삼성전자의 영향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기존 주주의 실질적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예정대로 13%의 주식을 소각하면 삼성물산과 삼성생명, 오너일가 등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현재 18%에서 20% 정도로 높아진다.
삼성물산이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본격적인 성장으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면 삼성전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할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이 무리하게 경영권 승계를 추진하는 대신 삼성물산을 키우는 한편 삼성전자의 경우 전문경영인체제를 더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이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어떤 방식을 선택할지 안갯속이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당장 박근혜 게이트 재판을 잘 마무리해 경영에 복귀하는 길이 더욱 시급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