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평가 지표’라는 취지를 내세워 삼성그룹이 핵심주주를 설득한 정황이 공개됐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 등 5명의 5차 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가 공개한 김종중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김 전 팀장은 윤석근 일성신약 대표와 만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해달라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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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5차 공판을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일성신약은 삼성물산의 옛 주주다. 일성신약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냈다.
윤 대표가 “김 전 팀장이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이재용 부회장이 빨리 승계를 하려 하는데 상속을 통해 승계하면 상속세로 재산의 반이 날아간다’며 이번 합병이 이재용 승계에서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말했다는 자료를 특검이 보여주자 김 전 팀장은 “제 사고 구조와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부인했다.
김 전 팀장은 “순환출자 금지 때문에 다른 계열사가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는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건강을 볼모삼아 합병 찬성을 권유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윤 대표가 “김종중 팀장이 '쪽팔려서 다시 합병 추진할 수 없다. 이번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평가다‘라고 했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놓고 김 전 팀장은 “그 이야기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김 전 팀장은 “제가 볼 때 이 부회장의 판단능력과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그런 이야길 했다”며 “합병 불발 시 이재용 리더십에 상처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특검이 “윤 대표가 ‘(김 전 팀장이) 일성신약이 합병에 찬성하면 개별적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고 말하자 김 전 팀장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특검은 김 전 팀장의 진술을 제시하며 삼성그룹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합병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합병은 두 회사의 경영상 판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고 승계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은 “(이재용 리더십을 거론한 것은)기본적으로 김 전 팀장의 개인생각”이라며 “이 부회장은 주주반대와 사회 논란이 커지자 합병중단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반드시 합병을 성사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