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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다이슨 다이슨 창업자. |
다이슨이 날개없는 선풍기, 선없는 청소기 등 고정관념을 깬 제품을 잇달아 내놓고 고가전략에도 한국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다이슨은 최근 서울 압구정에 있는 롯데하이마트 1층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다이슨은 그동안 국내에서 온라인몰과 홈쇼핑, 백화점의 가전매장 등을 통해 제품을 판매해왔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전문매장을 연 것이다.
다이슨은 선풍기와 무선청소기와 헤어드라이기 등으로 한국시장에서 매년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마트가 3월1일부터 4월9일까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선풍기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다이슨 선풍기의 판매량 비중이 78%에 이르러 전체 선풍기 매출을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이슨은 헤어드라이기 가격이 50만 원이 넘는 초고가인데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히며 한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다이슨의 헤어드라이기 ‘슈퍼소닉’의 정가는 55만6천 원에 이른다. 헤어드라이어의 평균가격이 3만~5만 원대인 점과 비교하면 무려 10배 이상 비싸다. 청소기 가격도 100만 원이 훌쩍 넘으며 선풍기 가격도 70만 원대에 이른다.
국내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에도 선뜻 지갑을 여는 이유는 ‘가전업계의 애플’로 불릴 만큼 혁신적인 기술력과 독창적 디자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혁신적 제품들의 경쟁력은 연구개발 투자에서 나온다.
다이슨은 2013~2015년 3년 동안 연평균 3억8천만 파운드(5400억 원가량)의 상각 전 영업이익을 냈는데 이 가운데 4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하나의 제품이 나올 때까지 수백 명이 투입돼 보통 2~3년의 기간이 걸린다.
다이슨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의 수는 전 세계에 3500명에 이르려 전체직원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일주일에 제품개발에 쏟아붓는 돈만 1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국에 출시된 공기청정 선풍기의 경우 개발에만 3년이 걸렸고 시제품만 500여 개에 이른다.
제임스 다이슨 창업주는 수석 엔지니어로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기술개발에 전념하기 위해 2012년 CEO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다.
다이슨의 제품은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돼 다른 기업들이 모방하기도 쉽지 않다. 다이슨 본사에서는 컴퓨터 화면을 사진으로 촬영할 수 없게 돼 있는 등 기술유출에도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
다이슨의 독창적 디자인은 성공비결로 꼽히지만 실상 디자인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다. ‘디자인은 기능을 따른다’는 게 다이슨의 철학이다. 독창적인 기능을 먼저 생각하다 보면 독창적인 외관도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다이슨의 연구개발 관련 직원 가운데 디자인을 전공한 산업디자이너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임스 다이슨 창업주는 영국 왕립미술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뒤 엔지니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30대 초반에 우연히 먼지봉투 때문에 청소기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하고 먼지봉투가 없는 청소기를 만들겠다며 개발에 들어갔다. 돈이 없어 집이 담보로 잡히는 상황에 처하면서도 개발에 몰두했고 5년에 걸쳐 5천 개가 넘는 실패작을 만들어낸 뒤 먼지봉투 없는 청소기 ‘G포스’를 내놓았다.
다이슨은 지난해 매출 25억 파운드(3조5800억 원가량)를 거뒀다. 2015년보다 45% 늘었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도 6억3100만 파운드(9천억 원)에 이른다. 창사 이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치다. 최근 2년 동안 전 세계에서 직원 수는 5200여 에서 8500여 명으로 늘었으며 제품 판매량도 800만 대에서 1300만 대로 증가했다.
최근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사내 게시판을 통해 “다이슨은 ‘선풍기=날개’라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날개 없는 선풍기를 개발했다”며 “지금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선풍기는 날개가 있어야 한다’와 같이 고정된 틀 안에서 스스로 한계를 만든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