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 몇 프로라고 해도 나는 안 믿는다. 내 감을 믿는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한 말이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홍 후보는 이렇게 믿고 싶은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5월 대선 대진표가 확정되고 판세가 요동치면서 여론조사 신뢰도를 둘러싼 논란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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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
‘+-%’로 표시되는 여론조사는 과연 믿을만한 것일까?
6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회의에서 “양자대결 여론조사는 문재인-안철수 구도를 만들어가는 의도로 보이기 때문에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 결과에서 양자대결 구도 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일 경우 내일신문은 3일 43.6%대 36.4%로 안 후보가 앞선다고 보도했다.
쿠키뉴스 역시 4일 안 후보가 48.1%의 지지율로 43.7%를 나타낸 문 후보를 앞섰고 서울신문과 YTN도 엠브레인에 의뢰해 조사한 양자대결 결과 안 후보가 문 후보를 7%포인트 가량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6일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이 4~5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양자대결시 안 후보가 50.7%로, 문 후보(42.7%)에게 오차범위 밖의 우세를 보였다. (관련 여론조사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참조).
대선을 앞두고 여론조사 결과는 각 후보진영의 초미의 관심사다. 지지율 등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특히 문 후보 진영은 안 후보의 지지율 급등세가 예사롭지 않자 적극적인 견제에 나섰다.
최근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다자구도 대신 중도보수가 연합한다는 가정 아래 양자대결 구도로 여론조사 실시하는 점을 놓고 문 후보 측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병현 문재인캠프 전략기획본부장은 6일 한 라디오방송과 인터뷰에서 양자대결을 가정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고 정치판 물을 흐리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문병호 국민의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문재인의 대세론이 깨지니까 초조함에서 나온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선거는 한마디로 ‘전부를 얻거나 전부를 잃는' 게임이다. 승자독식의 피말리는 승부에서 판세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여론조사의 공정성, 신뢰성 등을 놓고 신경전도 거셀 수밖에 없다.
이는 역대 선거철마다 반복됐고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19대 대선의 경우 특이성이 워낙 큰 탓에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란도 더욱 커질 수 있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으로 ‘친박’ 일부를 포함한 극우보수층을 제외하고 중도 혹은 보수적 지지성향을 보였던 유권자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가늠하기가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또 빅데이터시대에 여론조사 자체가 지닌 한계도 갈수록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미국 대선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완승을 예측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했다. 지난해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놓고 국민투표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역시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우후죽순 진행되고 있는 여론조사 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연령이나 지역 등 샘플링, 질문방식, 평균의 오류 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 후보 캠프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양자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도 문제지만 “여론조사의 기본인 무선전화 조사는 아예 없었고 유선전화와 인터넷의 4대6 비율로 단 하루 동안 여론조사가 이뤄졌다”고 방식을 놓고도 이의를 제기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에 힘을 얻은 안 후보 측은 이런 문제제기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란 억지주장으로 비칠 수도 있을 것이다. 문 후보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권자들도 현재 실시되고 있는 여론조사 자체가 지닌 한계와 함정이 있는 것도 분명한 만큼 여론조사 결과에 휘둘려 ‘될 사람을 밀어주자’는 식의 한표를 행사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유권자 표심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