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이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의 추진이 원활하지 않았는데 입법을 계기로 탄력을 받게 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 개정안이 3년 만에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회는 30일 열린 3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재석 200명 중 181명 의원의 찬성으로 이 법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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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래 한국석유공사 사장. |
개정안은 2014년 12월 19대 국회에서 정부가 처음 발의했으나 임기 만료로 폐기된 뒤 지난해 20대 국회에서 이채익 자유한국당 의원이 다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제석유거래업을 신설하고 종합보세구역 안에서 국제석유거래업자에게 석유제품 혼합제조와 거래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석유사업이 저장과 정유에서 중개·거래로 확대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정유사들만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데 대규모 정제시설이 필요하고 대량생산만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 통과로 국제석유거래업자들이 수요에 따라 석유제품을 혼합해 다품종 소량생산한 제품을 국제거래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법안 통과는 울산항에 동북아 오일허브를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오일허브사업 주사업자인 한국석유공사가 법안 통과를 반기는 이유다.
동북아 오일허브사업은 울산 신항에 2010년부터 2025년까지 2조1471억 원을 투입해 울산을 국제석유거래 중심지로 육성하려는 대형 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2만2천여 명의 고용유발효과와 92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오일허브 1단계 사업인 북항사업은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25%를 보유한 특수목적회사인 코리아오일터미널이 진행하고 있다. 하부공사는 11월까지 진행되고 올해 하반기 상부공사를 착공해 2019년 준공한다.
하지만 올해 초 당초 25%의 지분을 참여하려고 한 중국 시노마트가 투자 철회를 결정했다. 저유가와 사업 지연 등의 우려가 발목을 잡았다. 한중간 현안인 사드문제도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석유공사는 기존 주주들의 참여를 확대하거나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하부공사를 마무리하고 상부공사가 진행되지 않으면 연간 약 44억 원의 투자손실이 날 수 있어 예정대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관련 법안의 통과는 투자자 구성을 마무리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도적 불확실성이 사라져 기존 주주들의 투자확대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현재 코리아오일터미널의 지분은 에쓰오일 11%, 한화토탈 5%, 포스코대우 5%, 울산항만공사 4%, 호주계 인프라펀드 프로스타 25% 등으로 이뤄졌다.
한국석유공사는 “오일허브사업 추진의 법적 기반이 마련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유치해 우리나라가 석유거래 중심 허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보다 먼저 준공한 여수오일터미널도 개정안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여수 오일터미널을 운영하는 오일허브코리아여수는 2013년 시설을 준공하고 지난해 매출 679억 원, 영업이익 328억 원의 실적을 냈다.
그러나 혼합제조 설비를 갖추고도 이를 활용하지 못해 수백억 원의 기대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번 법안 통과로 오일허브기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오일허브코리아여수는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29%로 최대주주에 올라있고 중국항공유료집단 자회사인 CAOT가 26%의 지분으로 2대 주주다. SK인천석유화학(11%), GS칼텍스(11%), 삼성물산(10%), 서울라인(8%), LG상사(5%) 등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