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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헌정 사상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
정치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의 결정을 앞두고 숨죽이고 있다. 대선판도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박 전 대통령 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이 집으로 귀가할지, 구치소에 곧장 수감될지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에 달려있다.
정치권은 법적 판단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대체로 논평을 자제하면서도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선후보들 가운데 박 전 대통령 구속여부 결정과 관련해 이날 목소리를 낸 이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홍준표 경남도지사 정도다.
이 시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가 사법이 살아있는지 죽었는지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범죄 행위가 중대하고, 부인하고, 언제 도망갈지 모르고 증거인멸 정황이 보여서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되는 게 당연한 사안"이라고 구속을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로 나선 홍준표 지사는 페이스북에 "박 전 대통령이 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며 "굳이 파면된 대통령을 또다시 구속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후보의 대선전략에 따른 결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가 대선에서 좌파를 결집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우파대표였던 사람을 ‘짓밟고’ 가려는 것이라는 논리로 공세를 퍼부었다.
나머지 대선후보들은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법적 판단을 앞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미칠 영향을 고려해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인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박근혜는 일체의 정치적 해결을 거부하여 헌법적 제재를 받고 이어 형법적 제재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며 “정치적 고려가 필요한 국면은 끝난 지 오래다”라는 글을 올렸다.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로지 엄격한 법적 판단에 따라 결정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여부가 결정되면 조기대선 국면에 어떤 형태든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친박계는 ‘박근혜 구하기’에 팔을 걷어붙이며 다시 뭉치기 시작했다.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불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에 국회의원 82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파란색 깔끔한 정장에 특유의 올림머리 차림을 했다. 만약 구속결정이 나오고 곧장 구치소로 직행하게 될 경우 수의를 입어야 하는 등 완전히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
삼성동 사저 앞에서도 연일 ‘친박’ 지지자들이 격렬한 시위를 멈추지 않고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은 모습이 공개되면 동정여론이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진보 대 보수의 프레임 싸움도 여전한 만큼 대선에서 보수층 결집하는 역풍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될 경우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뇌물혐의를 적시한 상황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관련자들이 여럿 이미 수감돼 있다.
또 구속이 되면 최대 20일 내 기소하고 1년 안에 대법원 판결을 내야 하지만 불구속기소가 되면 기소시점이 불분명해진다. 법적 공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이는 차기 정부가 출범한 뒤에도 분열과 갈등을 낳으며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다만 대선에서 ‘적폐청산’을 요구하는 야권 후보들이 지지표를 늘리는 데는 유리할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은 앞으로 재판결과와 무관하게 현시국에서 구시대적 적폐를 청산하는 상징적 의미가 적지 않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더라도 조기대선 정국에서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