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노조가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과점주주들의 반대에 막혀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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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 건물 전경. |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은행 이사회에 우리사주조합에게도 사외이사 추천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우리은행 노조는 “우리은행 과점주주들은 지분 4%를 통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보유하고 있다”며 “그보다 더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우리사주조합도 경영에 참여할 충분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우리사주조합은 현재 우리은행 지분 4.45%를 소유하고 있다.
우리은행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과점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살펴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6%로 가장 많고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은 4%다.
우리사주조합은 우리은행의 민영화에 큰 공을 세운 만큼 경영에 참여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우리사주조합은 2014년 12월과 2015년 7월, 2016년 7월 등 연이어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인의식’을 보였다. 당시 우리은행이 민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주가부양이 핵심적인 과제였던 만큼 우리사주조합 자사주 매입은 우리은행의 민영화 의지를 외부에 보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우리은행 민영화가 4차례 무산되는 과정에서도 큰 동요없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우리은행이 민영화되는 데 숨은 공신이라는 말도 나온다. 2016년 9월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 임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는 16.7년으로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길다.
우리은행 직원들은 우리은행이 우리나라에서 제일 오래된 은행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리은행이 민영화에 성공한 뒤에 직원들의 사기가 더욱 높아졌다는 말도 회사 안팎에서 나온다.
우리은행 사측도 노조의 주장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사회가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만큼 이사회에서 우리은행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광구 행장은 당초 민영화된 뒤 첫 이사회를 꾸릴 때도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를 넣는 방안을 고심했지만 과점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점주주들은 여전히 우리은행 노조의 경영참여를 반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매각에 참여할 때부터 과점주주들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우리은행 노조의 경영참여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사주조합이 사외이사 추천권을 얻기 위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야 하지만 우리은행 이사회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만큼 허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권을 줘야하는 법적근거도 없다. 과점주주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준 것은 지분 매매계약 당시 걸었던 조건인 만큼 우리사주조합이 비슷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서 사외이사 추천권을 내줘야할 근거가 없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내놓은 상법 개정안에 근로자와 소액주주에게도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는 방안이 담긴 만큼 국회에서 통과되는 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의원 122명의 공동명의로 상법 개정안을 내놓았는데 사외이사 후보 추천위원회의 구성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과 함께 우리사주조합 및 소액주주들에게 사외이사 추천권을 주고 이들이 추천한 1인을 사외이사에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법 개정안이 우리은행 노조의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만큼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우리사주조합의 이사회 진입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관련법안이 통과되지 않은 만큼 우리사주조합의 주장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