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수 삼성생명 사장이 삼성생명을 삼성 금융계열사의 중심축으로 만드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뒤 미래전략실 밑에 있던 금융일류화추진팀 임원들과 일부 삼성 금융계열사 출신 미래전략실 임원들이 삼성생명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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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
금융일류화추진팀은 그동안 삼성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온 조직이다. 삼성 금융계열사의 지배구조 개편과 삼성생명 본관 빌딩 매각,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계획 등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들의 굵직한 이슈들을 총괄해왔다.
금융일류화추진팀 임원들이 삼성생명으로 옮긴 만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삼성자산운용 등의 금융계열사간 경영전략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생명으로 옮긴 금융일류화추진팀 임원들의 담당업무 및 보직 등을 정해야 하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김 사장의 거취가 불안한 상황에서 삼성생명의 조직개편이 미뤄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금융감독원이 김 사장에게 내린 자살보험금 징계수위를 낮추면서 김 사장이 연임하는 데 걸림돌이 사라진 만큼 업무분장과 조직개편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에서는 현재 이들을 중심으로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업무를 조율하는 실무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삼성생명에 삼성 금융계열사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만들 가능성이 높다. 김 사장의 권한과 삼성생명 이사회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강해지는 셈이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방식과 시기를 검토하는 일도 이들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지주사 전환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 논의도 구체화될 필요성이 높아졌다.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와 뗄 수 없는 이슈인 만큼 삼성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및 삼성물산 등과의 소통창구도 만들어야 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의사결정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만큼 지주사 전환과 관련된 논의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 금융계열사 인사권도 삼성생명이 맡을 가능성이 있다. 각 금융계열사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있지만 금융일류화추진팀이 실질적으로 금융계열사 인사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그룹이 계열사별 자율경영을 내세운 점을 감안하면 삼성생명이 공식적인 권한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 수는 있겠지만 과거 미래전략실처럼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상황에서도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속도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만큼 김 사장의 발걸음도 점차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