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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 행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회의실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낙하산으로 왔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가 없다.”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 은행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자 오히려 장점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홍 회장은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정부에 참여하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이력 탓에 낙하산 논란이 크게 일었다.
홍 회장은 “(자신이 낙하산이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어떤 의미에서 적임자까지는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 회장은 이 말을 한 지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아 낙하산 논란에 또다시 휩싸였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7월 홍 회장이 기업은행 자회사 사장 선임에 입김을 불어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홍 회장을 통해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 기업은행의 자회사를 지배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 낙하산에 의한 낙하산을 위한 낙하산의 은행인가
산업은행은 낙하산 인사가 내려와 또다시 낙하산 인사를 양성하는 낙하산 인사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씻어내지 못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 수장 자리에 늘 권력의 최측근이 낙하산으로 내려왔고 이들은 정책금융을 무기로 거래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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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정부시절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 행장을 지낸 강만수(왼쪽)와 민유성 |
전임자인 강만수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대통령실 경제특별보좌관을 지낸 직후 산은금융지주 회장에 선임됐다. 강 회장의 전임자인 민유성 회장도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산업은행이 2009년 지주사체제로 전환되기 전인 총재시절도 마찬가지었다. 산업은행이 1954년 설립된 이래 은행장에 내부출신이 임명된 것은 단 세 차례뿐이다.
산업은행의 퇴직자들이 거래기업에 재취업하는 관행도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2011년 8월부터 산업은행 출신으로 재취업한 퇴직자 47명 중 31명이 주거래 기업의 대표이사 등 고위직으로 옮겨갔다.
산업은행 퇴직자 중 3명 가운데 2명이 거래기업에 재취업한 셈이다. 민 의원은 “산업은행 출신을 고위직으로 영입하는 것은 채권은행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된다”며 “취업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취업이력 공시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 관행은 산업은행이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중립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각종 비리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된다.
◆ 대북송금, 신정아게이트, 희대의 비리사건에 연루된 산업은행
산업은행은 과거 총재시절 권력형 비리의 진원지가 됐던 부끄러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산업은행은 기업금융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 대기업에 막대한 돈을 대출해 줬고 대기업들은 대출금을 비자금 조성에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김시형 전 총재는 당시 정권실세인 홍인길 전 청와대 총무수석의 압박으로 한보철강에 8300억 원을 대출한 사실이 발각되면서 1997년 6월 임기를 못 채우고 중도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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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 |
산업은행이 2000년 현대그룹에 5500억 원을 대출한 것은 대북송금 사건의 발단이 됐다. 2006년 현대차그룹 로비 사건으로 유명한 김재록 게이트에도 산업은행은 연루됐다.
김창록 전 총재는 2008년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청탁을 받고 신정아 전 동국대학교 교수가 근무하는 성곡미술관에 7천만 원을 후원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2009년 금융지주체제로 전환됐지만 산업은행에서는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유성 전 회장은 파산직전의 리먼브라더스를 인수하려 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임기를 3개월 가량 남긴 2011년 3월 중도 퇴진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말 대우건설의 분식회계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서자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대표 낙하산 인사인 강만수 전 회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STX조선해양 등 주로 조선 및 건설업에 포진해있다는 점도 또다른 비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조선업계와 건설업계에서 로비를 하려거든 산업은행에 가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 통합돼 내년 1월1일 통합산업은행으로 출범한다. 명실상부 최대 청잭금융기관으로 다시 탈바꿈하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권력형 비리에 연루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