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자본확충을 하는 대신 글로벌사업을 앞세워 투자금융(IB)부문에서 경쟁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이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과 달리 별다른 자본확충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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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규 NH투자증권 사장. |
금융당국이 자기자본 규모에 따른 초대형 종합투자금융 육성책을 4월부터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만큼 증권사들은 인수합병 및 유상증자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2015년 자기자본 기준으로 1위였던 NH투자증권은 미래에셋대우에 밀려 한계단 내려앉았다.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등도 자기자본 4조 원대로 올라서며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반면 김 사장은 금융당국의 정책에 따라 덩치를 불리는 것보단 ‘내실’과 ‘기본’에 초점을 두고 경쟁에 대비하고 있다.
김 사장은 “NH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충분하고 해외 네트워크 등이 탄탄하기 때문에 투자금융에서 수익을 충분히 거둘 것”이라며 "언젠가는 자본확충이 필요하겠지만 지금은 내실을 다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자기자본은 4조6천억 원으로 이미 4조 원대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를 펼칠 수 있는 데다 지난해에도 뛰어난 투자금융 실적을 거둔 만큼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동양매직 지분 매각과 여의도 복합단지 ‘파크원’의 금융주선 등 대규모 계약을 성사하며 500억 원가량의 수익을 거뒀다.
이에 힘입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2362억 원을 냈는데 2015년보다 10.3% 늘었다. 다른 증권사들이 업황부진과 통합비용 등에 영향을 받아 대부분 순이익이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김 사장이 내실에 집중하는 것은 지난해 농협은행이 신중하지 못하게 조선해운업을 다루다 큰 손실을 입었다는 농협금융지주의 내부적 평가에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어음발행과 외국환업무, 종합투자계좌 등 초대형 종합투자금융사업자에게 허용되는 업무가 실질적인 수익원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추이를 살펴본 뒤 자본확충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영국 등에 세운 기존 해외거점을 중심으로 글로벌사업의 영업력을 강화하는데 힘쓰고 있다.
김 사장은 “투자금융부문은 국제적인 거래를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등 앞으로도 회사의 캐시카우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키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콩법인에 NH농협은행과 NH농협생명 등 지주 계열사들과 협력해 복합점포를 세워 영업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베트남 현지법인인 ‘우리CBV증권’도 완전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현지 인허가 등 절차적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
또 지난해 글로벌 종합투자금융사업자인 미국 에버코어와 인도네시아 다나렉사증권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해외 인수합병시장에 나설 채비도 갖췄다.
또 NH투자증권은 프랑스 화장품기업인 로레알그룹의 파리 본사빌딩에 투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투자제안서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며 “투자하게 되더라도 다른 금융회사들과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