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그로우의 ESS 설비가 미국 텍사스주 그랜버리에 설치된 모습. <선그로우> |
삼성SDI를 비롯한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있어 중국 ESS업체로 고객사를 넓힐 기회를 맞을 수 있다. 다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국 기술과 연계한 기업을 전반적으로 압박하는 기조를 가진 만큼 추가 규제 시행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의 대표적 ESS 시스템통합업체인 선그로우가 최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지정학 갈등과 전력기기 규제 강화로 사업 확대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선그로우의 차이좡 제품 사업 총괄은 이날 홍콩에서 블룸버그NEF가 주최한 행사에 참석해 “지정학은 때때로 상당히 비이성적일 수 있다”며 “우리 회사처럼 완전히 민간 소유인 기업도 오해받는다”고 말했다.
에너지 시장 조사기관 우드맥킨지가 지난 7월14일에 펴낸 보고서를 보면 선그로우는 지난해 기준 세계 ESS 시스템통합업체 평가 순위에서 미국 테슬라와 중국 CATL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이는 기술 성숙도, 연구개발, 안전, 공급망 복원력 등 총 10가지 사업역량을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다.
미국 에너지부 역시 2024년 11월1일 출간한 보고서에서 선그로우를 미국의 테슬라, 플루언스에너지 등과 함께 북미 ESS 시장을 선도하는 핵심 시스템통합업체로 명시했다.
ESS 시스템통합은 배터리와 전력 변환 장치, 관리 소프트웨어 등 ESS의 여러 구성 요소를 하나의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묶어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렇듯 세계 최고 수준의 사업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선그로우 조차도 무역장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선그로우가 미국 ESS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한국산 배터리셀 조달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에너지 전문매체 ESS뉴스는 9일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선그로우가 삼성SDI에서 배터리셀을 공급받아 자체 ESS 설비에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삼성SDI와 배터리 공급계약의 주된 목적이 미국 ESS 시장에 대한 선그로우의 공급 능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선그로우에 공급할 배터리를 생산할 삼성SDI의 생산 공장이 어디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삼성SDI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SDI와 선그로우는 이미 협력했던 이력도 있다. 2014년 선그로우와 삼성SDI는 중국 ESS 시장을 겨냥해 자본금 1억7천만 달러(약 2270억 원) 규모의 합작 투자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2016년부터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ESS 제조 시설을 운영했는데 미국 시장용 ESS 배터리에서도 협력하려는 모양새다.
| ▲ 삼성SDI와 스텔란티스의 미국 배터리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인디애나주 코코모 공장 전경. < 삼성SDI > |
미국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전력기기를 들이지 못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26일 외국산 전력기기가 전력망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ESS를 포함한 외국산 전력기기의 수입·설치 등을 제한할 수 있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에는 특정 국가를 포함하지 않았지만 로이터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해당 규제가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에 선그로우도 미국 정부의 외국산 수입 제한 조치의 영향으로 현지 ESS 사업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삼성SDI 배터리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I를 비롯한 K배터리 3사는 최근 미국에서 ESS용 배터리 생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부터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와의 인디애나주 코코모시 배터리 합작공장 일부분을 ESS용 각형 배터리 생산 설비로 전환해 가동하고 있다.
미국 생산 거점을 갖춘 삼성SDI가 트럼프 정부의 규제를 피해 현지 ESS 시장을 겨냥한 중국 시스템통합사까지 고객으로 확보할 길이 열린 셈이다.
다만 한국 기업의 배터리셀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중국 ESS 시스템통합업체가 미국 사업 관련 규제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기는 어렵다.
미국 행정명령은 인버터를 비롯해 다른 전력기기도 규제 대상으로 폭 넓게 삼을 수 있어 ESS 조립 및 미국 내 설치 방식 등도 규제 변수에 좌우될 될 수 있다.
결국 중국 ESS 업체가 미국 규제를 피해 한국 배터리업체와 협력하는 움직임을 확대한다 해도 미국 정부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규제 범위를 넓히는 지에 따라 향후 K배터리의 ESS 사업 기회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현지에서 ESS용 배터리 제조 설비를 늘리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또한 비슷한 고민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 랜싱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공장을 포함해 북미에 ESS용 배터리 공장 5곳을 운영 중이다. SK온 또한 조지아주 공장에서 ESS용 배터리 생산을 앞두고 있다.
ESS뉴스는 “외국산 전력망 장비를 다루는 미국 정부의 규제가 어떻게 변할지를 포함해 ESS 공급망의 구조는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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