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사장단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새로운 롯데’로 다시 출발하려 했지만 사드리스크에 발목이 잡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으로 롯데그룹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신동빈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롯데그룹 쇄신작업도 당분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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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신 회장은 최근 사업영역이 비슷한 계열사끼리 묶어 4개 BU(Business Unit)를 만들고 전문경영인을 대거 부회장으로 올렸다. 각 계열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전문경영인으로 이뤄진 부회장단을 둬 과거 황제경영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특히 롯데그룹이 최근 몇년 동안 경영권 분쟁, 비리의혹 등을 겪으면서 새로운 롯데그룹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신 회장은 아직 컴플라이언스위원장도 선임하지 못했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정책본부가 둘로 쪼개지면서 신설된 조직으로 준법경영과 법무, 감사기능을 수행하며 롯데그룹의 투명경영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BU체제가 처음 도입된 만큼 각 BU 역시 인력충원 등을 통해 조직을 갖춰야 하지만 사드리스크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이 이미 약속한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 지주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 개편작업도 언제나 가시화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신 회장이 사드리스크에 대비하게 위해 중국통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별다른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은 사드부지 제공 결정과 거의 동시에 롯데쇼핑 대표이사로 3년 동안 중국에 머물렀던 강희태 사장을 선임했다. 역시 중국통인 김종인 롯데마트 대표도 유임됐다. 최근까지 중국사업을 직접 챙겼던 인물인 만큼 사드부지 제공으로 발생할 수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경제보복과 언론의 공격, 중국 소비자들의 반발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면서 사실상 마땅한 방법이 없는 속수무책의 상황에 처해있다.
중국 베이징 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중국 내 롯데슈퍼 한곳에 벌금을 부과하고 경고처분을 내렸다. 롯데슈퍼가 원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술을 판다며 광고했지만 실제 원가는 롯데가 고지한 가격보다 낮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국에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롯데마트는 이날 오후 모두 39곳까지 늘어났다. 하루 만에 16곳이나 늘어난 것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롯데쇼핑은 중국에 모두 99곳의 롯데마트를 운영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는 관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미 1조 원대의 적자가 누적된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황각규 사장이 5일 계열사 임원들과 함께 ‘중국현황 점검회의’를 열었지만 그룹 차원의 마땅한 해법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의 국내사업 역시 전망이 어둡기는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이미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고 롯데월드타워도 4월 전면개장을 앞두고 악영향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롯데월드타워 내 최고급 거주시설 시그니엘 레지던스 분양에서 중국 고객들을 유치하기 어려워졌다. 본계약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아직 분양률을 집계하기 이르지만 중국 고객들의 문의가 눈에 띄게 준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