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가 최악의 타이밍에 이뤄져 투자자들에 손실을 키우면서 한국 금융당국의 실책이라는 비판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관련 그래픽.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최악의 타이밍에 출시되면서 한국 금융당국의 실책으로 지적되고 있다는 외신의 평가가 나왔다.
한국의 사례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지며 전 세계에 교훈을 남기고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15일 논평을 내고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를 추종하는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를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종목의 주식 수익률을 2배, 3배 등으로 추종해 주가가 오를수록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하락하면 손실도 그만큼 커지는 상품이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상품에 자연히 투자 수요가 몰렸다.
그러나 블룸버그는 이러한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 이후 40% 이상 하락하는 사례도 나타났다며 한국 증시에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레버리지 상품 특성상 목표 수익률을 맞추기 위한 주식 거래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결국 한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 출시를 허용한 일을 정책적 실책으로 볼 수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가 주가 방향성뿐 아니라 등락 방식과 속도까지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상품인 만큼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한국 정부가 이를 고려해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상품을 매수하기 전에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르도록 하지만 합격 기준은 특별히 없다는 점도 비판을 받았다.
블룸버그는 결국 레버리지 ETF를 매수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한국 정부와 금융당국의 정책적 실수 때문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의 출시 시점이 반도체주 조정 구간과 겹치며 피해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 ▲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 로고. <연합뉴스> |
홍콩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의 수익률은 블룸버그 집계 시점 기준으로 2026년 초 대비 270%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상품은 비교적 일찍 출시돼 반도체주 상승에 따른 수혜를 상당 부분 반영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한국 증시는 5월 말부터 이미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레버리지 ETF 출시를 허용하며 투자자들이 위험을 감수하는 데 기름을 부은 격”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ETF 상품의 거래 대금이 7월 초 기준으로 한국 증시에서 73% 안팎을 차지하며 증시 전반에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별도의 기사에서 “한국 증시는 레버리지 상품이 시장에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는 경고 사례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SK하이닉스 주가 급락이 레버리지 상품 운용사들의 대규모 주식 매도로 이어지면서 하락폭을 더 키우고 증시 전체를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빚을 내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의 특성과 반도체 종목에 집중된 증시, 레버리지 상품 출시가 서로 영향을 미쳐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를 상장한 만큼 이러한 변동성이 글로벌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미국 증시에서 매도세가 확대되면 한국 증시에서 레버리지 ETF가 SK하이닉스 주가 움직임을 증폭시키고 이런 영향이 다시 미국 증시로 퍼지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블룸버그는 한국 금융당국이 증시 변동성을 억제하면서도 금융시장을 지나치게 교란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고 지적했다.
피크테 자산운용의 존 위드하르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에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지만 투자자 교육 강화나 레버리지 한도 제한, 하향 등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블룸버그는 논평에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복잡한 금융상품이 ‘대량 살상무기’라고 경고했다”며 “한국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물어봐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