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2026년 IT용 8.6세대 OLED 양산에서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가 새로운 먹거리로 점찍은 IT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에서 BOE를 중심으로 한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특히 BOE가 최신 8.6세대 OLED 패널 양산을 먼저 시작하고, 공급 물량에서도 우위를 점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존 OLED 1등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OLED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압도적으로 높은 수율(완성품 비율)과 주요 공급처 선점을 통해 중국 추격을 따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19일 디스플레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BOE가 지난 17일 중국 사천성 청두에서 8.6세대 OLED 양산 출하식을 열고 '세계 최초 8.6세대 OLED 양산'이란 타이틀을 획득하며, 차세대 OLED 양산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BOE가 청두 8.6세대 OLED 생산라인에 투자한 금액은 630억 위안(약 14조 원), 월 최대 생산능력은 3만2천 장이다.
8.6세대(2.25m×2.6m)는 6세대(1.5m×1.8m)보다 원장(마더글라스) 면적이 넓어, 패널 생산량을 2.2배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존 6세대 설비에서는 13인치 태블릿 패널을 원장 하나당 42장을 생산할 수 있다면, 8.6세대 설비로는 96장을 만들 수 있다.
기존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노트북, 태블릿PC 등 IT용 OLED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도 8.6세대 IT용 OLED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2024년부터 충남 아산캠퍼스에 4조1천억 원을 투자해 이르면 올해 7월 양산 체제에 돌입한다. 생산능력은 월 최대 1만5천 장(원장 기준)이다.
이청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 인터뷰에서 "우선 올해는 8.6세대 IT용 OLED 사업이 제대로 성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8.6세대 OLED 양산으로 올해 IT용 매출은 작년 대비 20~30% 성장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BOE가 8.6세대 OLED 양산에 먼저 들어가고 OLED 패널 공급 물량에서도 더 앞설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존 OLED 시장 지배력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삼성디스플레이의 글로벌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은 44.6%다. 반면 중국은 BOE가 14%, 비전옥스 5.5%, CSOT 5.1%로, 중국 패널 기업을 모두 합쳐도 35.9%에 그쳤다.
하지만 IT용 OLED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면서, 점유율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BOE 외에 중국 CSOT, 비전옥스 등도 각각 2027년 4분기 양산을 목표로 8.6세대 OLED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CSOT는 BOE와 비슷한 월 3만 장, 비전옥스는 월 1만 장~1만5천 장의 생산능력을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지난 4월 'K-OLED의 경쟁력과 초격차 수성 전략' 보고서에서 "2023년 한국과 중국의 IT용 OLED 패널의 기술격차는 3~4년이었으나, 현재 2년 수준으로 좁혀졌다"며 "중국의 8.6세대 OLED 생산능력 비중은 2028년에 6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중국의 양산 기술과 품질은 아직 격차가 있지만 중국이 물량 공세를 펼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 ▲ 중국 BOE가 지난 17일 중국 사천성 청두에서 8.6세대 OLED 양산 출하 기념식을 열고 있다. < BOE > |
이청 사장은 8.6세대 IT용 OLED의 높은 수율과 품질 경쟁력으로 1위 자리를 지키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8.6세대 OLED 수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반면, BOE의 수율은 30%에 그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OLED 생산 노하우 격차가 여전히 큰 셈이다.
이 때문에 BOE는 8.6세대 OLED 공장에서 IT용과 스마트폰용 패널을 동시에 생산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며, 가동률이 낮을 경우 IT용 생산라인을 TV용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청 사장은 지난 1월 "중국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OLED에서는 아직 격차가 크다"며 "계속 새로운 것을 개발해 그 격차를 유지하고 벌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형 공급처 선점 측면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애플과 차세대 '맥북 프로'에 탑재되는 OLED 패널을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으며, 공급 물량은 300만 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또 2028년에는 애플이 맥북 프로에 전력 효율이 높은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 패널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돼,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반면 BOE는 애플이 2027년 출시하는 '아이패드 에어'용 패널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수율이 떨어져 아직 공급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BOE의 주요 고객사로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레노버 등이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측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기업의 8.6세대 OLED 공장은 수율 안정화 속도가 한국 기업 대비 1~2년 늦어질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액정표시장치(LCD) 주도권 확보 뒤 2021년을 기점으로 한국을 추월한 것처럼, OLED도 중국에 시장을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