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영민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장 겸 아시아지역본부장이 6월1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금융지구 프루덴셜타워 24층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하나은행> |
[싱가포르=비즈니스포스트] "해외에서 한국 기업을 적기에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낀다."
6월11일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금융지구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난 박영민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장 겸 아시아지역본부장은 최근 다녀온 태국 출장을 이야기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박 본부장은 지난달 한국 은행권의 불모지로 평가되는 태국을 찾아 신규업체를 발굴하고 기존 거래선을 강화하기 위한 일정을 소화했다. 몸살이 날 정도로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결국 한국 대기업 협력사 고객에 공급할 3천만 달러 규모 대출 승인을 이끌어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외환은행 시절인 1973년 문을 열었다. 국내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싱가포르에 진출해 50년 넘게 현지에서 네트워크를 쌓아왔다.
이에 더해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일본, 대만, 필리핀, 베트남, 홍콩, 호주 등을 총괄하는 아시아지역본부 역할도 맡고 있다.
4대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싱가포르지점장이 아시아지역본부장을 겸임하는 체계다.
올해 초에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도 싱가포르를 아시아 시장 거점으로 육성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박 본부장은 "하나은행은 싱가포르에 아시아지역본부와 자금센터를 두고 투자금융(IB)인력과 심사인력을 상주시켰다"며 "싱가포르의 금융허브 역할을 미리 내다본 경영진의 선제적 투자였고 그 결과가 실적으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마리나베이샌즈 확장사업에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는 싱가포르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주변 사무실 임대료를 봐도 마리나베이샌즈 전경이면 가격이 더 비싸다고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 마리나베이샌즈 확장사업에 유일하게 참여, 53년 현지화가 만든 경쟁력
하나은행이 싱가포르에서 거둔 대표적 성과로는 마리나베이샌즈(MBS) 확장사업이 꼽힌다.
하나은행은 2025년 발주된 마리나베이샌즈 확장 프로젝트에 국내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는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글로벌 금융기관들도 발 벗고 나선 상징적 프로젝트다.
박 본부장은 "하나은행은 마리나베이샌즈 1차 사업에 참여한 경험과 역량을 인정받아 이번 2차 확장사업에도 참여할 수 있었다"고 귀뜸했다.
그러면서 “이 계약을 성사시킨 직원이 바로 저기 있다”며 회의실 창문 너머로 직원들이 일하고 있는 사무실을 두 번, 세 번 잇따라 가리켰다.
쉽지 않은 해외 시장에서 발로 뛰며 하나씩 성과를 일궈가고 있는 직원들을 향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는 “우리 지점의 가장 큰 강점이 스폰서들과 직접적 네트워킹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계약을 발굴해 오는 역량”이라며 “단순히 주선은행을 통해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폰서, 자산운용사 등 주요 잠재 고객들을 직접 찾아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싱가포르에 진출한 한국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싱가포르달러(SGD) 결제망에도 가입돼 있기도 하다.
박 본부장은 "한국으로 치면 금융결제공동망에 가입된 것과 비슷한 의미"라며 "실시간으로 싱가포르달러 이체가 가능해 고객 편의성과 업무 효율성은 물론 시장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리테일사업에 힘을 주는 것도 다른 싱가포르에 진출한 국내 시중은행과 하나은행의 차별화 지점으로 평가된다.
현재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인력은 52명이다.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이 8명이고 현지 채용 인력은 44명인데 현지 인력 가운데 10명이 리테일(소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은 사무실 공간 앞쪽에 리테일부서 직원들을 배치하고 고객 창구도 뒀다.
최근 싱가포르달러 업무 확대에 맞춰 예금 부문 인력을 확충했고 리테일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조직도 강화하고 있다. 리테일사업은 현지 교민과 한국 기업 임직원 등의 금융 편의를 지원하는 서비스로 의미가 있다.
| ▲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사무실에는 한국의 은행 영업점들처럼 고객 창구가 마련돼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 태국·말레이시아 누비는 아시아본부, "한국 금융 손길 닿지 않는 곳 찾는다"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의 또 다른 핵심 업무는 한국 금융권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 닿은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인도는 이미 하나은행 지점이 4곳 진출해 있어 현지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며 "반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는 한국계 금융기관이 많지 않아 싱가포르에서 적극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직접 현장을 찾는 일도 많다. 설명회를 열고 기업들을 만난다.
박 본부장은 "싱가포르지점은 자체 성장도 중요하지만 아시아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며 "좋은 역외금융 계약을 발굴해 해외 네트워크와 연결하고 그룹 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본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의 지리적 특성상 하나금융그룹 글로벌 영토 확장의 첨병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싱가포르 금융시장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분야로는 패밀리오피스를 꼽았다.
패밀리오피스는 초고액 자산가의 투자와 세무, 상속, 자산관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싱가포르의 대표적 금융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 ▲ 박영민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장 겸 아시아지역본부장은 싱가포르 패밀리오피스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고 바라봤다. 사진은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 사무실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그는 "싱가포르는 원래도 패밀리오피스가 발달한 시장인데 최근에는 중동전쟁 등 영향으로 수백억 원 규모 중동 자산가들의 자금이 싱가포르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사들은 이런 패밀리오피스 자금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패밀리오피스는 하나은행이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분야는 아니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한국 금융권도 패밀리오피스 시장에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금융시장이 부임하기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고 발달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은행뿐 아니라 자산운용사와 증권사, 연기금, 사모펀드 등 다양한 글로벌 금융사들이 모여 경쟁하고 협업하는 데다 조 단위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많다는 것이다.
박 본부장은 "싱가포르에서는 금융이 단순한 자금 공급자가 아니라 신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설계 단계부터 함께하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을 한다"며 "규제 당국의 유연성과 글로벌 자본의 밀집도가 시너지를 내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하나은행 글로벌영업지원부 기획팀과 하나금융지주 글로벌전략팀을 거치며 해외사업 전략을 담당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하나은행 캐나다법인 전략본부장을 맡아 글로벌 금융시장 경험을 쌓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하나은행 삼성센터지점 RM지점장과 평택고덕지점장을 역임했고 2026년 2월 하나은행 싱가포르지점장 겸 아시아지역본부장에 부임해 아시아지역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