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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10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결단을 내릴까?
도시바는 반도체사업의 과반이상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재입찰 준비에 들어갔다.
최태원 회장도 선택을 놓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도시바 반도체, 재입찰 눈앞
23일 외신을 종합하면 도시바는 반도체사업의 지분매각 규모를 50%이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정하고 24일부터 재입찰 절차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도시바가 인수자를 둘로 정하고 지분을 3분의 1씩 쪼개 파는 방법으로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는 것을 피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도시바가 50%이상의 지분과 경영권을 함께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대다수 외신들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도시바 반도체사업의 자산가치를 140억 달러(16조 원)으로 평가했다. 50%이상의 지분가치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하면 인수자금은 10조 원 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지분 19.9%만을 팔겠다고 했을 당시 SK하이닉스를 비롯해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베인 캐피탈, 대만의 폭스콘 등 5개 업체가 인수전에 참여했다.
그러나 경영권까지 포함된 매각이 추진되자 중국 칭화유니그룹부터 미국의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까지 인수후보가 늘어나고 있다.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은 23일 도시바 반도체사업 재입찰과 관련해 “입찰제안서를 받으면 조건 등을 검토한 후에 참여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 SK의 도시바 인수효과, 엇갈리는 분석
SK그룹은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할 경우 낸드플래시 사업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낸드플래시는 최근 자율주행과 머신러닝 등의 산업이 발전하면서 성장성이 더욱 돋보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낸드플래시시장은 지난해 362억2800만 달러에서 올해 416억8700만 달러로 15.1%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0년까지도 연평균 6.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낸드플래시시장의 점유율은 삼성전자 38%, 도시바 20%, 웨스턴디지털 16%, SK하이닉스 11%, 마이크론 9%, 인텔 6%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삼성전자와 양강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도시바는 3D낸드플래시를 발명한 업체로 SK하이닉스가 취약한 ‘컨트롤러’ 분야의 기술도 뛰어나다.
그러나 도시바가 최근 대세가 되고 있는 3D낸드플래시분야에서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다른 시각도 있다. 도시바의 3D낸드플래시 기술력이 SK하이닉스보다 뒤떨어진다면 인수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일본 경제계의 기술유출 반대여론도 부담이다. 도시바는 일본에서 유일하게 남은 반도체업체다.
한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일본 경단련의 사카키바라 회장은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은 일본 최고 중요기술의 하나로 인재와 기술이 국외로 유출되는 것은 문제”라며 해외매각을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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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2015년8월19일 SK하이닉스를 방문해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왼쪽 세번째)을 격려하고 있다. |
◆ 최태원, 어떤 결정 내릴까
최태원 회장은 반도체에 강한 애정을 품고 있다.
최 회장은 2012년 2월 하이닉스를 인수한 뒤 일본 반도체 회사인 엘피다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이사회 반대로 포기해야 했고 결국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에 인수됐다. 최 회장은 당시 엘피다 인수포기 결정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최 회장은 2015년 8월 사면으로 경영에 복귀하자 반도체 부문에 2024년까지 45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청주에 15조 원 규모의 낸드플래시 공장건설계획을 발표했고 반도체 원판(웨이퍼) 업체인 LG실트론을 6200억 원에 인수했다.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보유량은 현재 4조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소 10조 원에 이르는 도시바 인수전에 SK하이닉스가 뛰어들 경우 SK그룹의 힘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최 회장이 반도체산업의 호황이 장기간 지속되는 ‘슈퍼사이클’이 올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과감한 베팅을 할 가능성이 높다.
대다수 시장조사기관들은 반도체사업이 당분간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도시바 반도체사업을 인수하면 반도체시장진출을 꾀하고 있는 중국업체들의 진격을 당분간 막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반면 반도체 호황이 일찍 끝난다면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는 SK그룹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고 SK그룹은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8일 “올해 반도체시장은 공급과잉 현상이 일어나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이라며 시장의 예상과 반대되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