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자사주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 확대에 힘을 실었다.
미래에셋생명은 그동안 상장사임에도 자사주와 계열사 보유 지분 비중이 높아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이 적다는 지적을 받았다.
| ▲ 김재식 미래에셋생명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주환원에 속도를 낼지 시선이 쏠린다. |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자사주 소각이 3차 상법 개정안 입법이 가시화한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김 부회장이 단순 자사주 지분 정리를 넘어 주주환원 방향성을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이번 자사주 소각 이후 상법 개정안 진행 상황에 맞춰 추가 소각도 염두에 두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전날 자사주 1600만 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보통주의 약 9% 수준으로 자사주 소각은 향후 주주총회 및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진행된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면밀히 검토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자사주 소각을 결의했다”며 “상법 개정안에 따라 추가 소각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3차 상법 개정안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더불어민주당은 3월 주주총회 시즌 전 법안 통과를 목표로 입법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결정은 지난해 미래에셋생명의 자사주 소각 가능성이 나온 뒤 처음 이뤄진 것이라 시장 이목을 끌었다.
지금까지 미래에셋생명 주주들은 미래에셋생명이 자사주 비중이 높아 유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해 왔다. 주주들은 계열사 보유 비중도 높다는 점에서 계열사 합병이나 자진상폐 가능성까지 우려했다.
통상 계열사 지분이 높고 유통주식이 적으면 대주주 측이 지배구조 재편 등을 이유로 잔여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상장폐지를 추진하기 수월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2025년 3분기 분기보고서 기준 미래에셋생명은 보통주 26.29%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자사주 비중은 34%를 넘는다.
계열사 보유 비중을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22.01%, 미래에셋캐피탈이 15.59%,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6.17%, 미래에셋컨설팅이 5.21% 등을 차지한다.
이와 비교해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통주식 비중은 15% 수준에 그치며 일각에서는 증시 훈풍 속에서도 ‘닫힌 회사’로 평가됐다.
유통주 비중이 낮으면 소수 거래만으로 가격이 크게 흔들리고 소액주주(시장) 영향력이 적어지기에 소액주주들의 불안을 키울 수 있다.
새로 주식을 사려는 투자자가 진입하기 어려워 증시 전반이 상승할 때도 소외되는 경향이 있어 소액주주들은 자사주 소각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오래 기다린 만큼 이번 자사주 소각 계획이 발표된 뒤에도 주주들은 아직 소각 분량이 충분하지 않다고 바라본다. 이번에 소각이 발표된 1600만 주는 미래에셋생명이 보유한 전체 자사주(보통주 약 4653만 주) 가운데 약 34%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식 종목 토론방 등을 보면 단순히 3차 상법개정안을 앞두고 소극적 소각 계획을 내놓는 게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 더 적극적 주주환원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온다.
미래에셋생명이 이번 결산 실적발표 등에서 추가 소각 계획이나 명확한 주주환원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자사주 소각과 같은 노력이 실제 뚜렷한 기업가치 및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려면 주주환원 이행 계획을 명료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권 안팎에서는 김 부회장이 구체적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제시할지 주목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미래에셋생명 실적 회복과 자본 조달 등으로 자본여력을 키우며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을 높이기도 했다.
| ▲ 미래에셋생명은 변액보험 등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강화하며 순이익을 늘렸다. 사진은 2025년 3분기 세전손익현황. <미래에셋생명> |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순이익 1252억 원을 거뒀다. 1년 전보다 127.4% 증가한 것으로 한동안 해외부동산 손실 여파 등으로 부진하던 실적이 회복 흐름에 들어선 것으로 평가됐다.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이 지난해 3천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해 자본을 조달하는 등 재무건전성을 높인 점도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는 자본 기반을 다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부회장은 미래에셋그룹 내 ‘재무 및 경영전략 전문가’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신임을 받는 인사로 평가된다.
1999년 미래에셋증권에 입사하며 미래에셋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그 뒤 미래에셋증권과 미래에셋생명을 오가며 요직을 맡다가 2017년 미래에셋생명과 PCA생명 인수합병을 주도한 뒤 대표이사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특히 2023년 미래에셋그룹 전반이 창업주 중심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중심 체제로 옮기는 이른바 ‘전문경영인 1.0’ 시대에 미래에셋생명 단독대표를 맡으며 미래에셋그룹 전문경영진 가운데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존재감을 높였다.
2024년부터는
황문규 대표이사 부사장과 다시 각자대표 체제로 미래에셋생명을 이끌고 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