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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계정을 통해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왼쪽)의 미국 공장설립계획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트위터 캡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내수경기 활성화 정책에 인텔과 대만 홍하이그룹이 발빠르게 대응하며 각각 8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공장건설계획을 내놓았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가전공장에 이어 대규모 부품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사업에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인텔이 투자규모를 대폭 확대하며 미국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 힘쓰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에 인정받으며 굳건한 협력관계를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백악관을 직접 방문해 트럼프와 만난 뒤 미국 아리조나주에 8조 원 규모의 신규 반도체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논의했다.
크르자니크는 트럼프 정부의 적극적인 법인세 감면과 규제완화가 인텔의 투자계획에 힘을 실었다며 트럼프 정책에 지지의사를 보냈다. 트럼프는 일자리 창출에 기여해 고맙다고 화답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인텔은 트럼프의 이민자정책 등에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했지만 결국은 실익을 택하는 쪽을 선택했다”며 “미국의 제조업 부흥정책에 수혜를 입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미국에 공장을 보유하지 않은 전자업체의 제품에 일괄적으로 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인텔이 올해 진출을 앞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사업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홍하이그룹도 트럼프의 정책에 가장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홍하이그룹은 자회사인 샤프의 미국 디스플레이 공장건설에 올해 상반기부터 8조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확정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홍하이그룹이 내놓은 투자계획은 트럼프의 압박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며 “하지만 공격적인 TV사업 진출계획에 힘을 실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도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반도체 위탁생산기업인 대만 TSMC도 애플과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업체를 주요 고객사로 둔 데 따라 트럼프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며 미국 생산공장 설립 가능성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미국에 수출하는 가전제품에 높은 관세가 매겨져 타격을 받을 위험에 놓이자 미국 가전공장 건설계획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언론보도를 접한 뒤 “삼성에 고맙다”는 말을 남겨 확실하게 못을 박으며 협력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에 더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에서마저 글로벌 경쟁업체들이 발빠르게 미국에 공격적인 생산투자계획을 내놓으며 삼성전자는 점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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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삼성전자는 “그동안 텍사스 반도체공장에 모두 20조 원 가까운 투자를 벌이는 등 미국에서 충분히 눈에 띄는 행보를 보여왔다”며 “추가적인 투자 가능성은 필요에 따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입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부품사업에 미칠 영향을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자전문매체 기즈모도는 트럼프가 삼성전자의 상황을 충분히 인식한 뒤 중요한 협력기회를 제안하며 손을 내민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할 경우 정부지원을 받아 ‘윈-윈’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그동안 평택 반도체공장과 디스플레이공장에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로 충분한 양산능력을 확보한 만큼 추가적인 생산투자의 필요가 적고 부담도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애플인사이더는 홍하이그룹과 TSMC의 적극적인 미국 부품공장 건설계획이 구체적인 관세인상 가능성을 더욱 유력하게 만들고 있다고 관측했다. 삼성전자도 대응전략 마련에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전문지 탑500은 “삼성전자가 미국에 하나의 반도체공장만으로 인텔과 같이 백악관의 초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텔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급성장해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