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로 특검수사의 불똥이 튀었다.
공정위는 최근 전속고발권 폐지 요구로 곤혹스런 상황에 몰려 있는데 입지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공정위는 박영수 특검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특검은 공정위 부위원장실·사무처장실·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 등을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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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
공정위는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CJ그룹을 제재하도록 압력을 받았다는 등 간접적인 의혹만 받았다. 하지만 이날 특검이 전격적으로 공정위를 압수수색하면서 수사대상으로 삼자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공정위는 독점 및 불공정거래에 관한 사안을 심의 의결하는 준사법기관인 만큼 공정성을 확보하는 일은 필수적이다. 그런 공정위가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것만으로도 체면이 구겨질 수 밖에 없다.
검찰이 공정위를 압수수색한 사례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2007년 9월 서울 지하철7호선 건설사 답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진신고 내용을 공정위가 검찰에 제공하지 않자 검찰이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 처음인데 2012년 7월에 4대강 건설사업 담합을 수사하던 검찰이 공정위를 극비리에 압수수색해 자료를 확보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공정위 압수수색의 파장은 작지 않았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온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박근혜 정부는 전속고발권을 폐지하지는 않았지만 조달청·중소기업청·감사원 등에 의무고발요청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전속고발권 제도를 손질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이전 압수수색과 차원이 다르다.
검찰이 아닌 특검에 의한 압수수색인데다 단순히 기업담합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 형식을 취했던 이전과 달리 정경유착 수사 도중에 전면적으로 압수수색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압수수색과 추후수사로 공정위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 바람이 정치권에서 거세지면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요구도 거세지고 있는데 조기대선이 치러질 경우 다시 한번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경제권력과 감독기관간 결탁의 고리”라며 “더 이상 무고한 국민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위 전속고발권은 폐지돼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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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를 벼르고 있다. 여기에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등은 전속고발권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번 압수수색으로 정재찬 공정위원장의 리더십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최근 새로 취임한 신영선 부위원장과 신동권 사무처장 사무실 등 공정위 수뇌부를 압수수색 대상에 삼았다.
정 위원장은 2014년 공정위 출신 인사로는 11년 만에 공정위원장에 올랐다. 정 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때만 해도 공정위 출신의 전문가답게 여야의 호평을 받으며 위원장에 취임했다. 공정위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할 수 있는 적임자로 기대도 컸다.
하지만 정 위원장 체제에서 공정위는 잇따른 과징금 처분 취소소송 패소와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공손위원회’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중간금융지주제도 추진과 대기업집단 자산규모 완화 등 대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주로 편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검수사의 수위가 높아질 경우 차기 정부 공정위 인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위원장 임기는 올해 12월 끝나는데 조기대선 후 교체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다. 현재 차기 정부 공정위원장 후보로 주로 내부 출신인사가 거론되고 있는데 외부인사 수혈로 공정위 쇄신을 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