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이 통과될까?
더불어민주당은 재벌개혁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지만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는 올해 들어서도 지지부진하다.
◆ 야당 벼르는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가능할까
2일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월 임시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재발방지를 위해 3대 개혁으로 구체제를 청산해야 한다며 그 첫 번째로 재벌개혁을 꼽았다.
우 원내대표는 “재벌개혁은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정한 결탁을 막고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국민과 공정한 시장경제를 위해 2월 국회에서 반드시 재벌개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
|
▲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
재벌개혁의 방법으로 상법 개정안과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를 들었다. 우 원내대표는 “재벌개혁의 시작은 1%의 소유로 100%를 지배하는 비정상적 지배구조의 개선과 재벌경영에 대한 감시·감독 강화”라며 “시장경제의 공정성 확립을 위해서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도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2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을 비롯해 야당이 국회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법안들이 아직 상임위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법안 통과를 위해서 상임위 내 의원 전원합의가 관행”이라면서 “1월18일 상법을 관장하는 법사위에서 상법 개정안이 논의됐지만 여야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방안의 경우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1월 임시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전속고발권 폐지 방안은 논의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공정위가 전속고발권 폐지에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법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았으나 공정위는 최근까지도 여전히 전속고발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월11일 열린 정무위 임시회의에서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면 고소고발이 증가해 중소기업들이 대부분 피해를 볼 것”이라며 “전속고발권 폐지에 반대한다”이라고 밝혔다.
◆ 가장 진전된 논의는 상법 개정안
상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그나마 통과 가능성이 있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해 7월 내놓은 상법 개정안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전자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회 독립성 확보, 근로자·소액주주 사외이사 추천제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
|
|
▲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 |
다만 1월 열린 임시국회에서 고작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를 놓고 논의가 일부 이뤄졌을 뿐 전체적으로 논의가 부족하다. 그나마 언급된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마저도 합의에 이르기까지 거리가 멀다.
1월18일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위원들은 다중대표소송제와 집중투표제를 논의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일본은 100% 자회사의 경우 다중대표소송제도가 도입돼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우선 100% 자회사부터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차츰 지분 50% 이상 자회사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제안됐다.
하지만 다중대표소송이 남용될 수 있고 자회사 경영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부상했다.
윤상직 새누리당 의원은 “100% 자회사는 법인격 동일체로 봐서 해석론적으로 확장이 가능하다”면서 “회계상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한 80~90%까지 해야지 그 이하로 낮추는 건 법리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출할 때 한 주당 선출할 이사의 숫자만큼 투표권을 주고 한번에 투표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소액주주라도 원하는 이사 후보에 몰아서 투표하면 선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다.
집중투표제도는 사실상 전 세계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우리나라 현행법상 기업이 정관에서 집중투표제를 배제하도록 허용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집중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회사는 집중투표를 의무화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윤상직 의원은 집중투표제도에 대해서도 “이사 선임과 관련해 소액주주 지분 영점몇%를 아무리 긁어모아도 안되고 외국 기관투자자들이 가진 10%가 위력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소액주주 보호 개념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 자사주 활용 제한하는 박용진 의원안에 집중
이날 법안심사소위는 김종인 의원안보다 박용진 의원이 낸 상법 개정안 논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 의원의 상법 개정안은 하나의 조항으로 돼 있는데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분할신주를 배정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황현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재벌을 비롯한 지배주주가 본인의 자산이 들어가지 않은 다른 방법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부분은 규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인적분할이 그렇게 악용되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
|
▲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
법안심사소위원장을 맡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인적으로 박용진 의원안은 현실적이고 당장 적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상법상 자사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있어 자사주에 신주배정을 막거나 신주배정을 해도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현행 상법의 일관성에서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을 통과하는데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상법은 기본법으로 현재 회사법 체계를 흔들 수 있는 부분이라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상직 의원은 “상법은 경제민주화라는 어젠다를 넘어 경제 운용의 틀이라 당리당략의 문제가 아니다”며 “당장 결론을 내고자 서두를 사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상법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중견기업 공청회를 열어 심도 있는 논의를 할 것을 제안했다.
여당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히면서 상법 전체를 놓고 판단하기 어려우니 일부 조항만이라도 통과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박용진 의원안을 검토해 전향적으로 결론을 내자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법 전체적으로는 기본법을 바꾸는 문제기 때문에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상법 중에 어느정도 합의가 가능한 부분들은 본회의에 올라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도 “우리가 좀 세부적으로 들여다 봐서 조항별로 통과시킬 수 있는 부분들이 있으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