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지난 8월 하이엔드 동박 브랜드 ‘하이스텝(HiSTEP)’을 새롭게 선보이며, 차세대 배터리 동박 시장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26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김 대표가 ESS용 동박과 하이엔드 동박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 실적 반등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회사는 차세대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고강도, 고연신(원래 형태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 높은 것을 의미) 하이브리드 동박과 ESS용 동박 제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적자를 겪고 있다. 회사는 2025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049억 원, 영업손실 311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2.0% 줄고, 영업손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3분기에도 290억 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전기차 시장 캐즘이 길어지고 있는 것과 미국의 고율 관세 정책이 실적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구리 파생 제품에 대해 5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박 시장 불황이 이어지자 김 대표도 당초 계획했던 생산 능력 증설을 순차적으로 연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계획과 북미 진출 계획은 정확한 재개 시점 없이 연기되고 있다.
회사는 5600억 원을 투자해 연간 3만 톤 생산 규모의 스페인 카탈루냐주 동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당초 올해 준공을 목표로 계획됐으나, 지난 9월에서야 착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장은 2027년 준공이 목표다.
동박 수요 축소로 공장 가동률도 크게 떨어졌다.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전북 익산 공장과 말레이시아 공장의 평균 가동률은 2023년 76.9%에서 올해 상반기 48.1%까지 떨어졌다. 이 때문에 고정비 부담도 대폭 늘었다.
다만 회사 측은 공장 가동률 저하에 대해 주요 공급처 재고 관리에 대응한 선제적 감산 조치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실제 올 상반기 공장 가동률을 40%대까지 낮추는 과감한 재고조정으로 제품 재고를 100% 이하 수준까지 낮췄다.
올해 4분기부터는 인공지능(AI) 가속기와 ESS용 동박 수요 확대가 예상되며, 공장 가동률이 70%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고정비 부담이 축소되고, 생산량과 판매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내년 미국 내 ESS용 동박 수요가 올해보다 60%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중국산 동박에 대한 추가 관세와 미국 내 보조금 지급 규정 강화 조치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실적 개선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기존 70% 수준이었던 중국산 동박에 대한 관세를 96%까지 올렸다.
또 미국 정부는 지난 7월 2026년부터 전체 ESS 제조원가 가운데 40% 이상에 해당하는 부품을 중국 등 금지된 외국기관(PFE)으로부터 공급받으면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2030년에는 이 비중이 15%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현재 북미 지역 배터리 제조사들은 탈중국 배터리 소재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지난 8월6일 런칭한 하이브리드 하이엔드 동박 브랜드 'HiSTEP' 로고 이미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회사는 6나노미터(㎛) 이하 초극박부터 20㎛ 후박까지 ESS용 동박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이 덕분에 다양한 수요에 대처 가능하며, 현재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과 공급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국내 동박 업계 최초로 하이브리드 하이엔드 동박 브랜드 ‘하이스텝’을 출시했다.
하이스텝 브랜드를 통해 고강도와 고연신, 초극박을 동시에 구현한 프리미엄 동박 ST5H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강도를 높이면 연신율이 떨어지고, 연신율을 높이면 강도가 낮아진다는 문제를 동시에 해결한 제품으로 평가된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배터리 성능이 약 1.4배 향상되고, 배터리 수명은 1.2배 늘어난다. 배터리 생산 속도도 배로 향상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재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과 하이엔드 동박 장기 공급 계약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올해 4분기부터 본격 공급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와 유럽 배터리 기업들과도 하이엔드 동박 공급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시제품 성능 검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