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임원인사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번에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지 주목된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이인원 전 부회장이 사망한 뒤 아직까지 부회장이 없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2월 초에 임원인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6년 만에 새로운 부회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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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은 국내 주요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부회장이 없다.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최근 발표한 재계순위 10위 안에 드는 그룹 가운데 부회장이 없는 곳은 오너가 없는 포스코를 제외하면 롯데그룹이 유일하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SK그룹은 많게는 9명까지 부회장을 두고 있다. 각 그룹에서 부회장들은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시거나 회장이 부재할 때 그룹 경영을 이끄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부회장은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전문경영인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로 전문경영인으로서 대단한 영예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은 재계순위 5위다. 규모와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임원인사에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이 유통뿐만 아니라 석유화학과 식품,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어 사실상 신동빈 회장이 모든 사업을 직접 챙기기 어렵다는 점도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가능성에 힘을 실어준다.
롯데그룹 계열사는 70여 개에 이른다.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롯데칠성음료 등 주요 계열사만 20여 개에 이르는 만큼 계열사 사장들 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롯데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정책본부의 수장 자리가 채워지면서 동시에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인원 전 부회장의 역할과 직급을 그대로 물려받는 셈이다.
롯데그룹이 정책본부를 축소하기로 했지만 투자와 고용, 대외적 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는 여전히 정책본부에서 이뤄지게 돼 정책본부 수장의 역할이 중요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컨트롤타워로서 정책본부의 역할이 여전히 매우 중요하다"며 "규모를 줄이는 대신 대외적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 수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 사장은 정책본부장에 오를 것으로 유력하게 전망되고 있다. 황 사장은 신동빈 회장의 가장 최측근으로 2011년 2월 신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할 때 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롯데그룹의 숙원사업인 롯데월드타워 개장을 포함해 그룹의 굵직한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
이인원 전 부회장은 1947년생으로 65세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황 사장은 1955년생으로 올해 63세다. 이 전 부회장은 1973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43년 동안 그룹에 몸담았다. 황 사장은 1979년에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해 올해로 39년째를 맞는다.
신 회장이 현장을 강조하면서 최근 몇년 동안 롯데케미칼의 실적 개선을 이끈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돈다.
신 회장은 신년사에서 “올해 정책본부가 축소돼 재편됨에 따라 각 계열사에서 현장중심의 책임경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4천억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허 사장이 처음 대표이사를 맡았던 2012년과 비교해 550%나 늘어난 수치다.
허 사장은 1951년생이며 1976년에 호남석유화학에 입사했다. 황 사장의 3년 입사선배다.
롯데그룹은 다른 그룹에 비해 부회장의 벽이 높다. 롯데그룹에서 전문경영인 가운데 부회장까지 오른 사람은 지난해 사망한 이인원 전 부회장이 유일했다.
이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11년 2월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신 회장을 도와 그룹의 체질개선을 이끌고 롯데그룹이 재계 5위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한 공을 인정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