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 겸 MX부문장이 애플 '비전프로'의 문제점을 보완한 XR 기기 '무한'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노태문 삼성전자 DX부문장(사장) 겸 MX부문장이 10월 첫 확장현실(XR) 기기 ‘무한’으로 글로벌 XR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애플의 XR ‘비전프로’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는 데 실패한 것을 반면교사 삼아, 삼성전자는 해상도, 가격, 생태계 등에서 차별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우선 초기 물량을 10만 대 가량 생산한 뒤 소비자 반응과 판매량 추이를 지켜보며 생산량을 늘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가 10월22일 XR 기기 무한을 출시 앞둔 가운데, 애플의 ‘비전프로’ 실패를 답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애플이 2024년 2월 미국에서 처음 공식 출시한 비전프로는 출시 전 큰 기대를 모았지만, 3500달러(약 490만 원)라는 높은 가격, 600g의 무거운 무게로, 대중화에 실패했다.
2024년 비전프로 판매량은 약 40만~50만 대로 추산되는데, 애플의 당초 목표치였던 80만 대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이다. 이에 애플도 가격과 무게를 낮춘 XR 기기 ‘비전에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연구원은 “애플은 2027년 비전에어라는 이름의 더 저렴하고 가벼운 XR 헤드셋을 출시할 것”이라며 “비전에어는 기존 모델보다 40% 이상 가볍고 가격도 50% 이상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XR 기기 대중화를 위해 무한의 가격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XR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하기 위해서는 당장 수익성보다는 최대한 많은 기기를 판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무한의 예상 출고 가격은 약 200만 원대 후반으로, 비전프로(약 490만 원)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박제민 SK증권 연구원은 “XR 기기가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연간 1천만 대 이상 판매가 필요하고, 이 시점부터 본격적인 앱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 애플 확장현실(XR) 기기 '비전프로'. <연합뉴스> |
디스플레이 성능도 비전프로 대비 개선된다.
올레도스(OLEDoS) 패널을 탑재해 4K 해상도에 약 3800ppi(인치당 픽셀 수) 초고밀도를 구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애플의 비전프로에 적용된 3391ppi보다 높은 수치다.
픽셀 밀도가 높을수록 더 자연스럽고 선명한 화면을 구현할 수 있고, 이는 XR 기기를 사용할 때 사용자가 느낄 수 있는 어지러움을 줄이는 요인이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에서 어지러움은 디스플레이와 센서의 반응 속도 차이에서 발생하는데, 무한은 디스플레이 품질과 센서 정확도를 대폭 개선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했다”며 “멀티모달 AI를 적용해 사용자가 직접 눈으로 보는 것처럼 외부 카메라가 장면을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무한의 개방형 플랫폼도 차별점으로 꼽힌다.
애플이 자체 생태계를 고집하는 폐쇄적 전략을 택했던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퀄컴, 구글과 협력해 무한을 개발했다.
무한은 퀄컴의 XR용 고성능 칩셋 ‘스냅드래곤 XR2+ 2세대’가 탑재되고, 운영체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XR’이 적용된다. 구글 생성형 AI인 ‘제미나이’도 활용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개방형 플랫폼은 더 많은 개발자의 참여를 유도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성진 산업연구원(KIET) 전문연구원은 “한국은 글로벌 XR 시장의 2.6%에 그치지만, 최근 대기업의 XR 디바이스 개발로 시장점유율 확대 가능성이 있다”며 “XR산업은 디바이스 부품과 완제품,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등의 생태계 구성 요소 모두가 갖춰졌을 때 시장이 활성화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