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6일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주 4.5일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주 4.5일제 실시해 노동시간 단축하라."
26일 오전 서울 중구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 4.5일 근무제 도입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전국 시중은행, 지방은행, 국책은행 등 42개 지부 소속 노동자들은 광화문부터 시청역까지 줄지어 앉아 총파업 대열을 형성했다.
조합원들은 주 4.5일제 도입과 실질임금 인상, 정년 연장, 청년채용 확대 등을 요구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우리는 노동만 하러 태어나지 않았다, 행복하러 태어났다”며 “지금과 같이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에서는 어른도, 아이도, 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총파업 집회 현장는 엄숙함보다 활기가 넘쳤다. 조합원들은 케이팝 히트곡 ‘불타오르네’와 ‘골든’ 등 음악에 맞춰 구호를 제창하며 열기를 더했다.
금융노조는 ‘배부른 투쟁’ 등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듯 대중의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조합원들은 비판적 시각에 대해 응답하기도 했다.
정은주 한국수출입은행지부 위원장은 “왜 더 나은 세상을 같이 만들고 이야기하는데 탐욕이라고 매도돼야 합니까”라며 “우리 사회가 더 나아갈 수 있게 같이 노력하자는 것이 그렇게 말이 안 되고 어려운 일입니까”라고 말했다.
▲ 금융노조 지부위원장들이 서울 중구 광화문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투쟁을 외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금융노조는 1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4.98% 찬성률을 얻어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도입과 임금 인상 등을 담은 2025년 산별중앙교섭 핵심 요구안을 내걸고 약 35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최종 결렬되며 3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들은 질서 정연하게 피켓을 들고 주최 측의 지휘에 따라 함성을 지르고 구호를 외쳤다.
그러나 단합된 모습이 드러난 집회 현장과 달리, 주 4.5일제 근무 등 주요 파업 명분은 노조 내부에서도 폭넓은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요 시중은행들에 파악한 총파업 집회 참여 인원은 은행별로 수십 명에서 100명 정도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00명 남짓,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50명 정도가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은행의 정규직 규모가 상반기 기준 모두 1만 명을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참여율은 미미하다.
신한은행은 이번 총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1일 금융노조 전체 투표에서 신한은행지부의 투표율이 50%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5대 은행 참여율이 0.8%에 불과했던 2022년 9월 총파업 당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가 주 4.5일제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업계 내부에서는 대면 서비스가 필수인 업종 특성상 근로시간 단축이 고객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생산성 개선이나 임금 삭감 없이 주 4.5일제를 시행하면 시간 외 근무가 늘어 인건비 부담을 키울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높은 금융권 보수가 자리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시중은행의 1인당 보수는 평균 약 1억1700만 원에 달한다. 고연봉자의 근무시간 단축 요구가 여론의 사회적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파업 명분의 정당성과는 별개로 금융노조의 주장은 동력을 잃고 추진력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총파업 참여 인원에 대한 최종 집계는 다음 주에 나온다. 금융노조 측은 다음 파업과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