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되찾는 데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통한 인수에 나설 경우 채권단이 법적으로 문제삼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노조도 임금협상이 결렬되자 박 회장의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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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23일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안을 엄밀히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개인자격인 박 회장과 박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에게 부여된 것”이라며 “박 회장 부자가 100% 출자해서 세운 특수목적법인을 개인자격으로 볼 수 있는지는 법적으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3월 중순경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2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중국의 더블스타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박 회장에게 우선매수청구권 행사 여부를 묻는다. 박 회장은 채권단의 질의를 받은 이후 한달 안에 답변해야 한다.
박 회장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한 이후 45일 안에 채권단에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알리고 계약금을 내야 한다. 이 기간에 인수자금을 마련할 계획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 박 회장이 100% 출자해 세운 특수목적법인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됐다.
박 회장이 세운 특수목적법인을 박 회장 개인과 같은 자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논란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금호타이어 노조가 회사와 임금협상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를 문제삼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노조는 설날 이전에 회사와 임금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면 박 회장을 더욱 압박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금호타이어 매각을 앞두고 있다고 핑계를 대면서도 노조의 뜻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중”이라며 “노조는 언제라도 박 회장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본입찰이 진행된 12일 소식지를 내고 박 회장이 고의적인 실적부진으로 금호타이어의 몸값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인수할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인수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이 개인신용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기 때문에 인수대상인 금호타이어 지분을 담보로 특수목적법인의 출자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부 언론을 통해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노조가 제기한 의혹들에 근거가 없다”며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구체적인 인수자금 조달계획은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 뒤 가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지분 42.01%를 매각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매각지분은 이날 주가 기준으로 5400억 원 상당이다. 본입찰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더블스타는 1조 원 안팎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