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로보틱스를 앞세워 지주사체제로 전환에 속도를 낸다.
정몽준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장남인 정기선 전무의 지분승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가 되면 자체사업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된다.
◆ 정몽준 대주주, 현대로보틱스 지주사로 세워 지배력 강화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로 세워지면서 정몽준 대주주의 지배력이 강화되고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의 지분승계가 안정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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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 |
현대중공업은 18일 비조선부문을 분사한 뒤 현대로보틱스를 공정거래법상 사업지주회사로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현대로보틱스의 분사계획을 밝히면서 지주사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는데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새로 신설되는 법인(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의 지분을 각각 13.37%씩 보유하게 된다.
정몽준 대주주는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 10.15%로 26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아산복지재단(2.53%)과 아산나눔재단(0.65%)을 합쳐도 13.33%에 그친다.
정기선 전무는 현대중공업 지분을 617주만 소유해 지분승계가 큰 과제로 남아있었다. 정 전무가 현재 상태로 정 이사장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을 물려받는 경우 50% 수준의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도 높았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사가 되면 경영권 승계를 쉽게 할 수 있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정몽준 대주주는 인적분할을 통해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을 13.33%까지 확보할 수 있다.
정 대주주 등 오너일가는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일렉트릭&에너지, 현대건설기계 3개 법인의 주식(각 13.33%)을 현물출자해 현대로보틱스의 신주를 취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유상증자 방식에 따라 정 대주주가 보유한 현대로보틱스의 지분이 모두 50% 이상으로 늘어난다. 정 대주주가 지주사 지분을 40%까지 확보할 경우 정 전무에게 지분을 안정적으로 승계하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현대로보틱스, 자체사업으로 내실 키울까
현대중공업의 로봇사업부는 완성차기업과 디스플레이기업의 공장에 제조용 로봇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데 이 사업부가 현대로보틱스(가칭)라는 회사로 4월에 설립된다.
현대로보틱스가 지주회사로 입지를 굳히려면 자체사업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현대로보틱스는 2015년에 매출 4657억 원, 영업이익 385억 원을 거뒀다. 2014년보다 매출은 37.9%, 영업이익은 17%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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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
현대로보틱스는 자회사로 편입되는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에 따라 재무안정성과 수익성이 변할 수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지주사가 되면 연결실적의 대부분을 주력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에 의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는 2015년에 매출 13조 원, 영업이익 6293억 원을 냈다. 2014년보다 매출은 3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정제마진 강세로 178% 늘어났다.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와 마찬가지로 유가흐름에 따른 실적변동성이 커질 수 있고 주가 흐름도 주력 자회사를 따라가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려면 현대로보틱스는 자체사업으로 내실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로봇사업의 성패는 기술개발력에서 갈린다.
현대로보틱스는 국내 완성차기업의 요구에 따라 도장로봇을 만들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6월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4분기부터 2018년까지 현대로보틱스에 297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올해 대구테크노폴리스단지로 신공장을 이전하고 중국 회사와 협력하는 등 사업규모를 키우고 기술을 개발하는 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시장은 성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2018년까지 글로벌 제조용로봇시장의 성장률은 1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에는 약 40만 대가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보틱스는 2015년 기준으로 국내시장의 점유율은 42%, 세계시장의 점유율은 4%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로보틱스는 올해 실적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발주처인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생산설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