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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애정 없는 파리바게뜨 SPC 폐족의 궤변

장원수 기자 jang7445@businesspost.co.kr 2025-09-05 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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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9월] 애정 없는 파리바게뜨 SPC 폐족의 궤변
▲ SPC그룹은 잇단 사망사고로 이재명 대통령의 질책까지 받자 부랴부랴 근무제 개편 작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모든 일을 책임지는 오너의, 회장의 마음이다. < SPC >

[비즈니스포스트] 보름 전(前), 한 유통업체 커뮤니케이션 부장과의 저녁 술자리. 이날 대화의 술안주(?)는 유통업체 공장노동자들의 근무시간이었다. 잦은 노동자 사망 사고로 대통령까지 나서서 질타의 대상이 된 SPC그룹. 대책으로 생산직 노동자 안전 강화를 위해 12시간 2교대 체제에서 3교대 전환과 야간근무 8시간 제한을 공언했다. 

2교대 체제에서 3교대로 전환되면 노동자의 개인별 근무 시간이 줄어 임금이 낮아지는데 이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두고 논쟁은 계속됐다. 그는 생산현장에 야간 8시간 초과 근무를 없애는 것이 노동자에게 금전적인 이익이 되지 않으며, 회사도 신규 입력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근로시간이 줄면 노동 강도가 완화되고, 시간당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어 임금이 보전되거나 증가할 수도 있다. 서로의 시각이 달라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입장을 주장했다.

그는 이유야 어떻든 SPC 때문에 자기 회사도 특별연장근로를 중단하기로 했다며, 현행 ‘2조 2교대’ 방식의 근무 형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SPC와 자기 회사의 이름이 같은 선상에 오르내리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SPC에 대해서는 시쳇말로 “찢 묻었다”는 표현까지 사용할 정도로 노골적으로 싫어했다. 여론이 안 좋은데, 도매급으로 같이 넘어갈 수도 있다며, 위의 최고 경영진도 SPC와 연관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고 귀띔했다. 

SPC그룹 한 홍보 임원과의 전화 통화. 노동자들 죽음은 가슴 아프게 생각하지만 이전에 윤리·준법 감시 기구를 만들고, 회사가 산업안전에 1천억 원까지 투자했다며 마치 ‘악덕기업 죽일 놈’처럼 취급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했다. 회사가 직원들을 사지(死地)로 내몰면서 일을 시키지는 않는다며 12시간 맞교대도 노동자들이 임금을 보전받기 위해 자발적으로 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욱이 날씨가 더워 빵은 잘 안 팔리고, 영업이익률도 대전 성심당보다 훨씬 못한 2∼3%에 불과하다고 투덜거렸다. 업계에서 말하는 SPC의 빵류 제조업 시장점유율이 80% 이상이라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데 언론이 나서서 나쁜 기업으로 몰고 가고. 더구나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마치 죄인처럼 대통령 앞에서 머리를 조아리고. 요즘은 정말 죽을 맛이라며 ‘폐족(廢族)’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서울구치소에 있다가 최근에 나온 전직 SPC로직스틱스 전무. 검찰 수사관에게 상품권과 골프 접대 등 620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2심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년6개월이 확정되어 형을 살고 나왔다. 당시 법원은 “사적 목적을 위해서 공직을 매수해도 된다는 성향을 나타내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전직 전무는 구치소에서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 수사관에게 뇌물을 준 것은 맞지만, 허영인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 수사정보를 알아오라고 회사가 돈을 주면서 지시했는데 막상 일이 커지자 다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소위 말하는 실무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꼬리 자르기’인 셈이다. 

그럼, 전직 전무는 당시 자신의 윗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황재복 SPC 대표나 허영인 회장에게 보고를 하거나, 지시를 받지 않고 단독으로 일을 했을까? 기업체에서 이런 비슷한 업무를 한 경험이 있는 입장에서 단언컨대 “그런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전직 전무는 모든 상황을 황 대표에게 보고했으며, 어떤 때는 칭찬까지 들었다.

기업은 마치 군대와 같아서 아랫사람은 모든 세세한 일들을 보고하고, 윗선의 결정을 받아야 한다. 보고를 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면 그 임원은 당장 잘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최종 결정권자가 연봉을 많이 받는 연유는 그 결정에 회사의 성장과 나락이 결정될 수 있기에 엄청난 무게감과 고뇌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눈이 내리던 겨울날. 서초구 양재 SPC 사옥 근처의 남도식당. 당시 언론 커뮤니케이션을 맡고 있던 전직 전무는 민주노총 화섬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파리바게뜨지회 노조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이를 매일 보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가 보고하는 대상은 황재복 대표. 파리바게뜨 노조가 소속된 피비파트너즈 직원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한편, 그곳에 파견 가 있는 임원에게서 탈퇴 노조원에 대한 현황을 황 대표에게 보고했다. 그 일은 저녁 술자리에까지 이어졌고, 제대로 술잔을 기울이기도 전에 피비피트너즈 제조장을 만나러 가기 위해 서둘러 자리를 파했다.

검찰은 2021년 1월 파리바게뜨지회의 강경 투쟁에 불만을 품은 허영인 회장이 황재복 당시 SPC그룹 사장에게 탈퇴 지시를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허 회장을 2024년 4월 SPC 자회사인 PB파트너즈 내 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조합원 570여 명에게 탈퇴를 종용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이 사건은 아직도 재판 중이며, 재판에서는 ‘노-노 갈등 유도’ 등 사측의 노조 와해 막후공작이 드러났다. 허 회장은 보석증거금으로 1억 원을 내고 그해 9월, 구속 5개월 만에 풀려났다. 

일련의 사례을 보면서 이나모리 가즈오의 말을 인용하며 경영자가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 지 되묻고 싶다. 

“경영의 성패는 최고 경영자의 그릇으로 결정된다. 아무리 회사를 번듯하게 만들고자 해도 ‘게는 구멍을 파도 게딱지처럼 판다’는 말처럼, 그 규모는 경영자의 인간성, 즉 인간으로서의 그릇의 크기를 벗어날 수 없다.” 장원수 유통&4차산업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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