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전당대회에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정치적 위상이 쪼그라들고 있다.
국민의의힘 전당대회에서 반탄(윤석열 탄핵 반대)파가 새 지도부를 장악했는데 한 전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입지도 계속 줄어들어 이제는 '정치적 재기'가 쉽지 않다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홀리데이인 광주호텔에서 열린 김화진 국민의힘 전남도당 위원장 취임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국민의힘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장동혁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강경노선을 구체화하면서 친한동훈계 등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파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 신임 지도부는 한 전 대표를 겨냥해 '당원게시판 비방글'에 대한 당무감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급한 건 내부를 향한 총격, 해당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라며 "당원게시판 조사는 당무감사와 함께 반드시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반탄 지도부가 구성됐다.
국민의힘 새 지도부인 최고위원회는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원회 의장, 선출직 최고위원 5명, 당대표 지명직 최고위원 1명 등 9명으로 구성된다.
22일 선출된 신동욱·김민수·양향자·김재원·우재준 등 5명의 최고위원 가운데 3명(신동욱·김민수·김재원)은 반탄파로 분류된다. 당연직인 송언석 원내대표와 김정재 정책위의장 역시 반탄파이다.
장동혁 대표는 지명직 최고위원에도 반탄파 인사를 앉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9명 가운데 7명이 반탄파 인사로 채워진다. 이제 지도체제가 흔들일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국민의힘 당헌에 따르면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현 대표 체제에 반대하는 4명이 사퇴하면 지도부가 붕괴한다. 한동훈 전 대표도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최고위원 집단 사퇴로 지도부가 붕괴하면서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런 정당대회 결과를 두고 한 전 대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듯하다.
한 전 대표는 이번 전당대회 당대표 결선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최악을 피하게 해달라"며 장동혁 후보를 겨냥하면서 사실상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원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친한계가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김 전 장관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장 대표가 선출됐다. 이에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영향력이 이제는 '캐스팅 보트' 구실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위축됐다는 시선이 나온다.
애초 한 전 대표가 전당대회에 '정면승부' 대신 불출마를 선택한 것부터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당대회에서 패배한다 해도 당의 우경화를 막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승부를 걸었다면 당 지도부가 반탄파 일색으로 채워지는 일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는 비록 패했지만 정치적 명분을 챙기면서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었다.
김근혁 전 국가보훈부 보좌관은 20일 매일신문 유튜브 '일타뉴스'에서 "전당대회 시간표를 한 달 전 뒤로 돌리면,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김문수 후보의 1강 독주 체제였다"며 "그래서 '대세론이다', '어차피 당대표는 김문수다' 이런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여기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이어 "그래서 한 전 대표가 안 나온 거 아닌가"라며 "내가 어차피 여기 나가봤자 못 이긴다는 생각으로 안 나왔는데 갑자기 장동혁 후보가 갑자기 등장을 하면서 여론 흐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친한계 내부에서 한 전 대표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앞서 한 전 대표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주장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번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당 내부에서 '멀리 내다보는 것도 좋지만 나서야 할 땐 과감하게 나섰어야 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6월16일 유튜브 생방송에서 자신의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한동훈 유튜브 갈무리>
돌이켜 보면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갈라진 이후 정치적 성과를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그는 2024년 4월 총선을 지휘하면서 윤 전 대통령과 거리가 벌어진 이후부터 총선 참패, 최고위원 집단 사퇴로 인한 지도부 붕괴, 당대표직 사퇴, 대선후보 당내 경선 패배 등 연전연패를 기록해 왔다. 그래서 '1승'이 아쉬운데 이번 전당 대회에서 '1패'를 다시 쌓은 셈이다.
무엇보다 한 전 대표에게는 기회도 많이 남지 않았다.
당장 한 전 대표가 당권을 잡으려 한다면 다음 당대표 선거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 현재의 장동혁 대표 지도부는 최소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전 대표는 '원내'에 있지 않은 만큼 현실 정치에 관여할 통로도 크게 줄어 있다. 내년 재보궐 선거에 나선다고 해도 '험지'뿐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전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역구였던 충남 아산을 등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뤄진다. 이번에 출마해 낙선하면 정치적 미래가 완전히 닫힐 수 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6월24일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서 한 전 대표가 인천 계양을, 용인갑, 충남 아산을 등에 출마할 가능성에 대해 "선거 중 제일 난이도가 어려운 게 보궐이고 셋 다 어려운 지역구"라며 "내년 보궐선거는 이재명 정부 지지율이 꺾이기 전인 데다 당력을 총동원할 것이다. 여기서 이기면 굉장한 정치적 동력을 얻지만 안 되면 황교안 전 대표와 같이 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