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8-20 14:2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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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소포스트]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검찰개혁의 신중한 추진을 강조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설정한 ‘추석 전 입법’이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과 김 총리의 발언을 두고 ‘타협’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개혁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디테일’에 허점이 없도록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검찰개혁에 관해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면서 추석 전까지 관련 입법이 완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대통령실과 정부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검찰개혁을 두고 ‘속도전’보다는 공론화를 거쳐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해 “민감한 핵심 쟁점이 있다면 충분히 듣고, 사회적으로 갑론을박이 더 이뤄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검찰개혁의 속도보다는 철저한 준비와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19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큰 대로는 확고히 가되 국민이 볼 때 졸속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꼼꼼히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정부·여당은 물론 검찰개혁을 주장해 온 각 정당 간 조율할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추석 전 입법’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강조해 왔고, 취임 직후 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도 꾸렸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오는 9월3일 최종안을 발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추석 전 입법 완료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김 총리가 동시에 ‘검찰개혁 속도조절’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우선 검찰개혁이 단순히 제도 변경을 넘어 범죄 수사 절차 전반에 영향을 주는 사안인 만큼 국민이 체감하는 안정성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속도를 강조하다가 디테일을 놓치고 ‘졸속’으로 추진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야권과 검찰의 역공에 빌미를 줄 수도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유튜브 방송 장윤선의 취재편의점에 출연해 검찰개혁을 두고 “자꾸 땜질식으로 하면 안 된다"며 ”이번 과정을 통해서 검찰권이 잘못 설계되면 그 피해는 힘없고 빽 없는 사람들, 약자들이 받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과 김 총리가 검찰개혁 신중론을 펼치는 데 문재인 정부 시절 경험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당시 여권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 개혁 입법을 밀어붙였으나 야당과 검찰의 강력한 반발 속에서 결과적으로 수사기관 간 혼선으로 사건이 적체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재명 정부에게는 반면교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단기간 5년의 집권을 위임받은 입장에서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사법·수사 체계를 일시에 흩트려 놓는 건 함부로 할 게 아니다”라며 “공수처를 만들어 ‘검수완박’을 했다고 했는데 공수처가 제대로 한 게 뭐가 있느냐는 말이 시중에 많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태도 변화'에는 자신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개혁은 이미 이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으로 ‘검찰청 해제’와 ‘수사와 기소 분리’는 흔들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정부 관점에서는 속도전보다 꼼꼼하고 치밀하게 추진해 민주당 지지층뿐 아니라 더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말 신중하고 책임 있는 정부여당이기 때문에 이후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오지 않도록 꼼꼼하게 입법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이면 좋을 것”이라고 짚었다.
과거와 달리 검찰이 개혁에 저항할 동력과 명분이 약한 상황이라는 점도 정권 차원에서 굳이 서둘러 검찰개혁을 추진할 필요성을 줄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실제로 3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와 관련된 수사를 진척시키면서 검찰의 부실수사와 봐주기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 조직적 반발 움직임이 나오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돼 있다.
검찰은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그렇게 강력하게 반발했지만 지금은 입장문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검찰개혁 때마다 들끓었던 검찰 내부 게시판(이프로스)도 찬바람만 불 뿐이다.
다만 민주당이나 여권 지지층이 정 대표의 구상대로 빠른 ‘검찰 해체’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개혁 입법 완료 시점을 마냥 미룰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아무리 늦어지더라도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올해 말’까지는 검찰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정 대표의 '추석 전 완료'라는 것은 검찰개혁 그림을 추석 전에 국민들한테 선보이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좋겠다”며 “입법이 완료되는 것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정기국회 안, 연말까지 검찰 개혁에 대한 입법도 완료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