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새내기 CEO 반년, HDC현산 현대건설 '실적 맑음' 포스코 현엔 '안전문제 리스크'
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8-08 15:56:21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대형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첫 반기를 보낸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건설이 실적 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포스코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은 안전사고 여파로 경영 부담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단호한 기조를 보이는 가운데 포스코이앤씨와 현대엔지니어링뿐 아니라 다른 건설사도 안전사고와 관련한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든 만큼 새내기 CEO들의 리더십에 안전 관리 역량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HDC현대산업개발이 올해 상반기 건설업계에서 돋보이는 영업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건설업계 실적이 바닥을 찍고 반등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주요 대형건설사의 2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된 가운데 추가 원가반영 등 일회성 비용 발생이 많았지만 주택부문 수익성 개선, 공종별 현장 구성 개선에 따른 실적 회복 분위기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를 지나며 나타난 업황 회복의 희망은 건설업계 새 수장들의 첫 상반기 성적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업황 부진이 극심했던 지난해 대표이사 교체가 많았다. 지난해 말 그룹 인사 등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선 대표만 봐도 이한우 현대건설 부사장, 김보현 대우건설 사장,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 정희민 전 포스코이앤씨 사장,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장 등 5명이다. 10대 건설사 가운데 무려 절반에 이른다.
수익성 개선 측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성과를 낸 대표는 정경구 사장이다. 정 사장은 3년 만에 HDC현대산업개발로 복귀한 첫해를 순조롭게 시작한 분위기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34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40.7%나 뛴 수치다.
서울원 아이파크(광운대역세권 개발사업) 같은 자체사업이 힘을 받으면서 수익성을 크게 높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업계에서는 드물게 소폭이나마 외형 성장도 달성했다. 서울원 아이파크 공정률이 아직 10% 안팎인 만큼 준공 시점인 2028년까지 꾸준한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1970년대생 대표에 이름을 올린 이한우 대표와 현대엔지니어링 첫 재무전문가 대표인 주우정 사장은 지난해 대규모 잠정손실을 반영하는 ‘빅배스’ 이후 빠르게 실적 회복 기틀을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한 현대건설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4307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8.2% 늘어난 것이고 영업이익률도 2.8%로 같은 기간 0.5%포인트 개선했다.
현대건설은 1년 전과 비교해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2170억 원) 증가율을 47.3%로 크게 확대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꾸려가고 있다.
이한우 대표는 현대건설 첫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직접 미래 성장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 대표가 강조한 원전 분야에서 현대건설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상반기 영업손실 670억 원가량을 거둔 것으로 추산됐다. 2분기 말레이시아 발전 플랜트 및 폴란드 소각로 프로젝트 관련 손실이 반영되면서 영업적자로 전환한 것이다.
최근 정부가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를 놓고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하면서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나은 실적 성과를 보인 새 대표들도 안전 문제를 놓고는 대부분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희민 전 사장이 잇단 인명사고로 취임 8개월여 만에 물러나 중책을 맡게 된 송치영 포스코이앤씨 사장과 올해 초 대형 사고를 맞닥뜨린 주우정 사장이 꼽힌다.
▲ 4일 미얀마 국적 노동자가 의식 불명에 빠진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고속도로 건설공사 현장. <연합뉴스>
포스코이앤씨 건설현장에서는 올해 연이어 중대재해가 발생했는데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질책한 직후에도 근로자가 심정지 상태에 놓이는 사고가 터졌다. 이에 포스코 설비강건화TF 팀장을 맡고 있던 송 부사장이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송 사장은 포스코이앤씨가 부진한 실적을 거둔 상황에서 사고 수습 및 예방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하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손꼽히는 재무전문가로 현대엔지니어링의 빅배스 이후를 바라보고 있던 주우정 사장도 지난 2월 사망자 4명, 부상자 6명이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각 붕괴사고와 10여일 이후 발생한 또다른 아파트 건설현장의 사망사고 등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진 모양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2분기 사실상 신규수주를 중단하는 등 사고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분기 2조5328억 원, 2분기 5650억 원을 합쳐 상반기 신규수주 3조978억 원에 그쳤는데 지난해 상반기 7조 원대 신규수주 규모와 비교하면 절반 이상 쪼그라든 것이다.
좋은 상반기 실적을 낸 이한우 대표와 정경구 사장 역시 안전 문제와 관련해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할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이 대표가 취임한 뒤 현대건설의 시공 현장에서는 모두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2021년과 2022년 발생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중대재해 2건과 관련한 영업정지 소송은 정경구 사장 첫 임기 내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사고 이후 ‘건설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면서 건설업계는 전례 없는 긴장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안전사고에 무관용 방침을 천명한 상황에서 건설현장 사고가 도마 위에 오른 만큼 새 대표들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데 안전 관리 역량도 핵심 잣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전날 포스코이앤씨 사고 관련 보고서에서 “정부에서 안전규제 실효성 강화를 위한 조치를 검토하는 등 건설업을 둘러싼 제반 규제환경의 변화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업계 전반적으로 안전 관련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고가 발생하면 제재로 사업안정성이 저하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신용평가는 “건설업 관련 제반 규제환경 변화와 함께 실질적 사업리스크 수준, 금융시장 내 자금조달 영향 등에 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