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7-21 14:3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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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인사권자가 여러 가지를 종합해 결정했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께서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재명 대통령의 강선우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 후보자 ‘임명 강행’과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지명 철회’ 결정을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뜨겁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14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회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인사들 가운데 이 전 후보자와 강 후보자 임명 여부가 가장 주목을 받았기에 이 대통령이 두 후보자에 대해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린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만 보면 이른바 '국민정서법'을 어긴 것은 분명하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이 전 후보자와 강 후보자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이 전 후보자는 우군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부터 사퇴 요구가 나왔던 반면 강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한 의원이 없었다는 점이다.
김상욱,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이 전 후보자의 논문표절 의혹 등을 고려할 때 장관으로서 자격에 미치지 못한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누구도 '보좌진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강 후보자를 향해서는 명시적으로 사퇴를 요구하지 않았다.
논란이 컸다는 공통점을 빼고 이 전 후보자와 강 후보자를 다르게 평가할 이유가 있다면 장관 후보자로서 ‘정책’에 관한 전문성이다.
과연 강 후보자는 이 전 후보자보다 탁월한 정책 전문성을 보여줬을까.
이 전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유보통합이나 나이스 등 초중등 교육 정책에 ‘문외한’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강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가부 관련 정책에 특별한 전문성이나 철학을 입증했다고 평가하기는 쉽지 않다.
강 후보자는 여성가족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비동의 강간죄, 차별금지법 입법, 아동·청소년 대상 포괄적 성교육 등에 관해 '사회적 합의'를 강조하며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에 강 후보자 임명 강행에는 민주당의 ‘감싸기’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현역 의원인 강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다음 총선 공천은 물건너가면서 정치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동병상련의 감정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상호 정무수석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진숙 지명 철회, 강선우 임명 강행’ 결정의 배경을 묻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후보자가 현역의원이라는 점이 임명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에 관한 물음에도 우 수석은 “여당 지도부에게 물어봐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부처의 역할을 더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여성의 사회적 불평등뿐 아니라 남성들이 받는 역차별까지 세심하게 챙겨 개선하고 우리 사회의 성평등 거버넌스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김대중 정부가 2001년 여성부를 출범시키고 노무현 정부가 2006년 여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 뒤 현재에 이르기까지 여가부의 주요 업무는 ‘약자 보호’와 ‘불평등 개선’이었다.
그런데 자신과 가까운 보좌진에게 ‘갑질’을 했다는 강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으로서 약자 보호와 불평등 개선 원칙을 정립할 자격이 있을까.
특히 여가부에는 기관장의 성희롱, 성폭력 사건 신고를 전담하는 창구가 있다. 이는 ‘권력 관계’에 따른 성범죄 피해를 보호하려는 취지다.
여성단체들도 자신의 권력으로 보좌진에게 상처를 준 장관이 기관장과 직원의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사건을 처리할 수 있겠냐며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어 “여가부에 전담 창구가 설치된 것은 조직 내 '권력'에 의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장관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피해자들은 이용할 수 없는 창구”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 여가부 장관을 역임했던 정영애 전 장관이 강 후보자가 초선 의원 시절 자신의 지역구 사업 해결을 위해 담당 부처 장관에게도 갑질을 했던 일을 적은 메시지를 지인들과 공유됐다는 논란까지 불거져 있다.
결국 강 후보자 임명 강행은 정치인들의 ‘동업자 의식’ 앞에서 ‘노동약자 권익 보호’라는 가치가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보여주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서용주 전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갑질이라는 건 사회적 약자를 대하는 태도고 (강 후보자 임명 여부는) 갑질을 대하는 이 정부의 태도를 보여주는 첫 기준이었다”며 “국민들이 봤을 때 ‘말하고 행동이 다르네?’ 라고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굉장히 아쉽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