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노란봉투법 처리를 둘러싸고 노동계가 하계투쟁에 나서며 정치권을 압박하고 있다.
조직적 투쟁에 더해 노동계 출신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입법 의지까지 더해지며 법안 추진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경제계는 기업 경쟁력 약화와 현장 혼란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6일 국회 인근에서 연 수도권 총파업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노동계에 따르면 산업 현장 곳곳에서 파업 전운이 감지되고 있다. 대규모 하계투쟁을 준비하는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안(노조법 2·3조 개정안)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노란봉투법안 통과 등을 주장하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총파업에 돌입했다.
민주노총은 16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개최한 '7·16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서 노란봉투법 개정, 윤석열 정권의 반노동정책 완전한 폐기, 대정부 교섭(노정교섭) 등을 총파업 명분으로 내걸었다.
민주노총은 "노조법 2·3조는 수많은 불안정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박탈하는 악법"이라며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19일에는 서울 세종대로에서 '7·19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행진'을 개최해 파업 동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매년 7~9월은 노동계의 입김이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시기다. 임금·단체협약(임단협) 논의를 앞두고 노조의 하계투쟁이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해 조선·자동차 업종까지 주요 노조들이 줄줄이 파업 절차에 돌입하거나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면서 파업 대열에 합류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조는 12일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80.3%의 찬성률로 쟁의권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한국GM 노조는 이미 부분 파업에 돌입했다. 지난 10~11일 양일간 2시간씩 부분파업에 나선 데 이어 14일에는 이를 4시간으로 확대했다.
조선업계 역시 초긴장 상태다. 국내 5대 주요 조선사 가운데 하나인 HD현대중공업은 노조는 16일 4시간 파업 진행에 이어 17일과 18일 각각 7시간 추가 파업 지침을 내렸다.
한화오션,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케이조선 등 조선사도 모두 쟁의권을 확보했고 HD현대중공업을 포함한 5개 주요 조선사의 전체 평균 쟁의 찬성률은 94.7%에 달한다.
특히 올해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친노동정부'가 출범한 탓에 각계의 다양한 요구가 들끓고 있다. 아울러 노란봉투법안은 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공약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은 노동계 최대 현안이자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 상태다.
하지만 이를 두고 우려와 반발도 만만치 않다.
특히 경제계의 우려가 적지 않다. 이번달 통과된 상법개정안과 함께 여당의 노란봉투법안 통과 움직임은 경제계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1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환노위·경제 6단체 노동 정책간담회에서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경제단체의 입장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와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내용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한국경영자총협회가 6월30일 발표한 '새 정부에 바라는 고용노동정책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노란봉투법안(28.2%)은 근로시간 단축(31.1%)에 이어 기업 경쟁력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법안으로 지목됐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4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경제 6단체와 가진 간담회에서 "수십·수백개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원청은 건건이 대응할 수 없어 산업현장은 극도의 혼란에 빠진다"며 "사업장 점거 등 극단적 불법행위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피해자인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권마저 제한된다면 산업현장에 불법행위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하계투쟁을 준비 중인 노동계의 노란봉투법안 처리 요구는 민주당의 입법 추진의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부임은 더 큰 동력이 될 전망이다. 김 후보자는 부임 즉시 노란봉투법안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식 임명이 되면 곧바로 당정 협의 등을 통해 개혁 입법이 추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기업들의 우려도 잘 알고 있다"며 "그런 우려를 최소화하고 현장에 안착할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주요 국무위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법안 처리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이 과정에서 야당과의 협상을 요구하겠지만 협상이 결렬되면 단독 처리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9일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안 등 민생에 직결된 법안이 오랫동안 국회에서 공존해오고 거부권이 행사되기도 했는데 신속하게 처리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7월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우선순위 법안을 묻는 질의에 노란봉투법안을 가장 먼저 거론하며 "신속하게 처리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