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앤에프 재무 악화에도 LFP 양극재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 최수안 중국 장벽 넘을 승부수
최재원 기자 poly@businesspost.co.kr2025-07-17 16:2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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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무적 위험을 감수하고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으로 승부를 걸었다.
엘앤에프는 최근 신규 법인 ‘엘앤에프엘에프피’를 설립하고, 본격적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에 시동을 걸었다. 최 부회장은 LFP 양극재 생산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3382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다.
▲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이 재무 악화에도 LFP 양극재 신사업에 3천억 원이 넘는 투자를 결정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엘앤에프>
최 부회장이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자사 LFP 양극재가 중국산 제품을 상대로 확실히 경쟁 우위에 설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최 부회장이 부채비율이 급증하고,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LFP 양극재 신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며 승부수를 던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엘앤에프는 3천억 원을 넘게 들여 LFP 양극재 공장을 건설키로 했다. 투자금 대부분은 회사채 발행과 차입금으로 조달한다. 건설할 LFP 양극재 공장은 연간 6만 톤 생산 규모로, 기존 대구 달성 공장 부지에 건설될 예정이다.
신규 LFP 양극재 생산법인 설립에 투입되는 3382억 원 가운데 2천억 원은 신주인수권부사채권(BW)으로 조달할 예정이,며 1천억 원은 담보 대출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나머지 382억 원은 현금성 자산으로 충당한다.
업계에서는 최 부회장이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미국에 LFP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엘앤에프는 2023년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올해 2분기까지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회사의 2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5744억 원, 영업손실 538억 원이다.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올해 1분기에도 약 188억 원의 현금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 부회장은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차입과 회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 탓에 회사의 부채비율이 급격히 상승하고, 이자비용도 대폭 늘었다.
회사의 부채비율은 2022년 135.3%에서 올해 1분기 말 367.4%로 늘었다. 올해 말에는 400%를 넘길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단기차입금은 8766억 원으로 이자비용 부담도 증가했다. 이자비용은 2022년 213억 원에서 지난해 말 1064억 원으로 늘었다.
재무적 불안정성 탓에 최 부회장이 구상한 신사업이 차질을 빚으면 엘앤에프는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최 부회장이 신사업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만큼 자사 LFP 양극재에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엘앤에프의 대구 달성 구지 3공장 정문 모습. <엘앤에프>
회사 관계자는 “LFP 양극재는 분말 압축 밀도에 따라 1~5세대로 나뉘는데, 중국 제품은 아직 2~3세대에 머물러 있다”며 “엘앤에프는 2023년에 이미 3세대 제품 생산에 성공했고, 현재는 4세대 LFP 양극재 상품화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중국에 크게 뒤처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에 추가적으로 반영되는 관세를 고려하면 비슷한 가격에 LFP 양극재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 부회장이 무리해서 신사업 투자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회사가 4단계 LFP 양극재를 개발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회사 주장과 달리 중국 기업이 이미 4세대 LFP 양극재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시장에서는 어느 정도 가격 경쟁이 가능할 수 있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저가 배터리 시장의 무게중심이 LFP에서 서서히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와 나트륨 이온전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도 불안 요소다.
김영준 성균관대학교 배터리학과 교수는 “지금 중국의 저가 양극재 공세는 기술력이 떨어진 저가 공세가 아니라서 국내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며 “중국에서 이미 4세대 양극재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고, LFP로만 보면 중국이 한두 발짝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뒤늦게 LFP 배터리 생산을 시작하고 LMR과 나트륨 배터리 개발을 진행하는 건 중국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판단”이라며 “현실적으로 저가 배터리 부문에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선택지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