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 승강기에 지진대책 적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돼 현대엘리베이터 등 국내 승강기업체에 새로운 시장이 열릴 수도 있다.
6일 국회에 따르면 김영주 의원이 높이 31m 이상의 고층 건축물에 설치된 승강기에 지진감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하고 지진 관제운전 기능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건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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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
지진감지장치는 지진으로 진동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관제시스템을 작동해 운행 중인 승강기가 가장 가까운 층으로 이동해 문을 열도록 한다. 지진 발생시 승강기 이용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도록 하는 설비다.
지난해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지진의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진 발생시 승강기를 타고 있는 경우 갇힘 사고 등 2차 사고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어 승강기 안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1980년대 건축법(JEA Guide)에 지진감지장치 설치를 의무화했다. 미국(ASME A17.1)과 유럽(EN81077)도 지진에 대비한 승강기 안전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관련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지진에 대비책을 갖춘 승강기는 매우 드물다. 김영주 의원이 국민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승강기 58만4천여 대 가운데 지진감지장치가 설치된 승강기는 4476대로 0.8%에 불과했다
현대엘리베이터가 1753대의 승강기에 지진감지센서를 적용해 가장 많았다. 미쓰비시가 1315대였고 오티스는 828대에 지진감지센서를 설치했다. 티센크루프는 580대였다.
국내 승강기업계는 지진감지 및 관제운행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관련 규정이 없어 건축주의 선택에 맡기다 보니 지진 대비책이 폭넓게 적용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관련 법이 통과될 경우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우 S파, P파 등 지진파를 감지해 인접층에 정지하도록 하는 지진 관제운전 기능을 선택 적용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건물의 진동상태를 감시하고 지진발생 시 미리 예상한 흔들림과 비교해 단계별 운전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오티스는 지난해 완공된 롯데월드타워 엘리베이터에 일본 기준의 지진 감지 능력을 탑재했다. 최근에는 지진 대응력이 우수한 플랫벨트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선보여 홍보하고 있다. 티센크루프와 미쓰비씨 역시 지진감지기 등을 지진관제 주요 옵션으로 갖추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