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기업들은 그 어느 해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을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며 경제활력이 뚝 떨어진 상황에서 국내외 정치경제적 변수가 도처에 널려 있다.
트럼프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글로벌 경기가 위축될 수 있는 데다 정치지형 변화에 따른 경제민주화법안 입법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난관은 경제를 떠받칠 펀더멘탈이 아니라 ‘센티멘탈’이다. 안팎의 불확실성이 높으면 밑그림을 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 주요그룹이 해결해야 할 과제를 살펴본다.
[1] 2017년 경제민주화 원년될까
[2] 저성장 시대 고착, 내수기업 살길은
[3] 불확실성 커진 글로벌 경영환경
[4] 탄핵정국, 인사독립 얻어낼까
[5] 구조조정 한파 아직 끝나지 않았다-조선 해운 건설
[6] 금융지주 지배구조 재편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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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임종룡 금융위원장. |
‘엄정평가, 자구노력, 신속집행.’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017년 신년사에서 기업 구조조정 원칙을 이렇게 제시했다.
지난해 조선해운업 중심으로 ‘정부발’ 구조조정 태풍이 휘몰아쳤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다 끝난 것이 아니다.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강도는 다소 힘이 빠지겠지만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자의반, 타의반’ 구조조정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조선해운업 부진, 2017년에도 지속
산업은행은 4일 내놓은 '2017년 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조선해운업이 올해도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조선업은 지난해 수주량이 82.9% 급감했다. 올해 조선사 수주잔량은 48.1% 감소하고 조선소 보유일감은 1년치 미만이 될 것으로 이 보고서는 분석했다.
해운업도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물동량은 3.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지만 공급과잉에 따른 운임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도 강도 높게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조선해운업은 수출경쟁력을 떠받쳐온 대표적 업종이다. 고용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대기업들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조선해운사들에서 그랬듯 대규모 구조조정에는 인력감원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불황에 버티기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력을 줄이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 조선3사, 새해 벽두부터 인건비 줄이기에 사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3사는 새해가 되자마자 인건비 감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3일부터 사무직 직원 300여 명의 무급휴직을 실시했다. 대형 조선3사 가운데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건 대우조선해양이 처음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으로 매달 300여 명씩 돌아가며 무급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는데 종료시점을 정하지 않은 점을 감안할 때 생존 가능성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무급휴직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생산직의 경우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대신 연차를 강제로 소진하는 방법으로 인건비를 절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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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삼성중공업은 아직 무급휴가를 실시하지 않고 있지만 올해 신규수주가 회복되지 않을 경우 일부 직원들의 순환 무급휴직을 실행할 수 있다고 밝힌 상태다.
현대중공업은 무급휴직을 검토하는 대신 사업부 분사를 통해 인건비 절감에 나선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4월부터 비조선사업부를 모두 분사하기로 했는데 이를 통해 인력을 감원하는 효과를 거두고 재무구조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비조선사업부 분사를 통한 조직 슬림화 계획을 내놨다. 업계는 올해 현대중공업에서 전체 인력의 20%가 넘는 인원을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자연감원을 통해 내년까지 3천여 명을 더 내보낼 방침을 세웠지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유동성 지원을 받으려면 인력규모를 줄이는 데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약 1500명을 내보낸 데 이어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2~3천 명을 더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은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감원을 추진해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데 반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조직규모를 축소하는 과정이 더뎌 올해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누가 살아남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까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구조조정이 가속화하면 경쟁력을 키워 득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5일 조선업계에 대한 올해 전망을 담은 리포트에서 “올해 상반기에도 조선업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고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경쟁력과 재무능력이 우수한 업체들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는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은 불확실성이 존재하나 극복할 가능성이 높고 전년 대비 신규 수주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양사 체제가 지난해 무너졌다. 한진해운은 법원의 청산 또는 회생 결정만 남겨둔 상태인데 청산 쪽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친 현대상선은 사실상 홀로 남아 올해 글로벌 해운사들과 외로운 싸움을 펼쳐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 등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데 애쓰고 있으나 경쟁력을 완전히 회복하기까지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상선이 위기를 극복하고 유일한 국적해운사로서 기회를 살리려면 올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