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퀀텀닷TV에 위협을 느껴 올레드TV의 시장확대보다 LCDTV의 점유율 확보를 우선하는 전략을 쓸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삼성전자의 퀀텀닷TV 공세에 맞서 LCDTV의 화질을 강화할 수 있는 ‘나노셀’ 기술을 적용한 신제품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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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봉석 LG전자 HE사업본부 부사장. |
그동안 프리미엄TV시장에서 올레드TV의 화질우위를 꾸준히 강조해왔는데 자칫 차별화요소를 놓칠 수 있고 수익성도 나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자전문매체 엔가젯은 3일 “올해 글로벌TV시장에서 삼성전자와 소니, LG전자의 각축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는 3세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고가TV를 ‘QLED TV’ 라인업으로 재편해 5일 열리는 미국 가전전시회 ‘CES2017’에서 최초로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니는 올레드TV 신제품을 선보인다.
LG전자는 올레드TV의 홍보에 주력하는 동시에 새 ‘나노셀’기술을 적용한 LCDTV 신제품도 대거 선보인다. 올해도 올레드와 LCDTV에 모두 주력하는 투트랙 전략을 이어가는 셈이다.
올레드TV는 고가TV시장에서 기술우위를 인정받으며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지만 아직 LG전자의 TV매출에서 10% 안팎의 비중으로 실적에 의미있게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에서 올레드TV가 충분한 입지를 확보할 때까지 LCDTV가 실적을 견인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LCDTV의 기술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체감화질을 높이는 퀀텀닷기술을 계속 발전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올레드TV의 시장확대가 늦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소니가 본격적으로 내놓는 올레드TV도 LG전자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 아직 규모가 작은 올레드TV시장에서 LG전자의 독점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올레드TV를 대세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 소니와 같은 대형 제조사들의 진입을 적극 유도해왔다. 하지만 삼성전자 퀀텀닷TV의 흥행으로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나게 된 셈이다.
나노셀TV의 출시는 이런 상황에서 LG전자가 LCDTV에 더욱 기대를 걸고 프리미엄TV시장에서 점유율도 지켜내기 위해 내놓은 해법으로 풀이된다.
나노셀은 1나노미터 크기의 미세분자를 통해 색을 구현하며 색감의 정확도를 높이고 빛 반사를 줄여 사용자가 여러 각도에서 동일한 화질로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미세한 크기의 양자점을 통해 체감화질을 높이는 삼성전자의 퀀텀닷과 유사한 기술로 정면승부를 노린 셈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LG전자의 TV사업 수익성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LG전자는 고가의 올레드TV만이 갖춘 차별점을 설득하기 위해 올레드패널의 화질우위를 강조하고 있는데 나노셀 기술로 LCDTV의 화질개선을 주장할 경우 이런 설득력이 힘을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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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석 삼성전자 VD사업부 사장이 퀀텀닷TV를 소개하고 있다. |
글로벌 LCD패널업체의 구조조정이 가속화돼 LCD패널의 원가상승이 이어지고 있는 점도 부정적이다. 나노셀TV가 올레드TV의 수요를 잠식하면 그만큼 LG전자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LG전자가 이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LCDTV의 기술강화에 온힘을 쏟는 것은 그만큼 삼성전자의 퀀텀닷TV가 시장에서 위협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레드TV의 시장확대에만 집중하다 LCDTV에서 삼성전자에 크게 밀릴 경우 점유율을 잃어 시장입지를 지키기 어렵고 당장 실적에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소니도 올레드TV를 출시한 뒤 강력한 마케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전자가 독자적으로 올레드TV 확대를 추진할 때보다 여유가 생길 수도 있다.
대만 홍하이그룹은 삼성전자 등 주요 고객사에 샤프의 LCDTV패널 공급을 중단하며 자체 TV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LCDTV업체들 사이 차별화가 어려워져 LG전자의 올레드TV가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