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중국 친환경차시장 진출전략을 전면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주력전기차인 아이오닉전기차에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중국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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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일 “현대기아차가 중국에 출시할 수 있는 전기차는 아이오닉 전기차가 사실상 유일하다”며 “아이오닉 전기차에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가 탑재된다는 이유로 중국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을 못 받게 된다면 중국기업과 협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9일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를 탑재한 차종을 ‘신에너지자동차추천차량 5차 목록’에서 제외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이날 오전에는 95개사 498개 차종을 이 목록에 올렸지만 오후에는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탑재 차종 5개만 빼놓은 채 재발표했다.
중국정부는 신에너지자동차추천차량 목록에 포함한 차종에만 친환경차 보조금을 지급한다. 삼성SDI와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가 탑재된 친환경차가 중국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중국정부가 중국 내 배터리공장 가동기간 등을 이유로 삼성SDI, LG화학 등 회사의 전기차배터리 모범규준 통과를 미루는 것도 문제다. LG화학은 삼성SDI와 함께 지금까지 매번 중국정부의 전기차배터리 모범규준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중국정부가 전기차배터리 모범규준을 통과한 차종에만 친환경차 보조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LG화학이 모범규준을 받지 못하게 되면 아이오닉 전기차도 가격경쟁력이 약화한다.
중국정부의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대기아차는 중국의 친환경차시장에 진출하는 데 어려움을 더욱 커졌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원래 아이오닉 전기차를 올해 상반기 중국에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아이오닉전기차 출시계획이 완전히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당초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아이오닉전기차를 생산하고 4월과 10월에 각각 쏘나타와 K5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출시할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차량에도 LG화학의 배터리가 탑재돼 있어 중국 출시일정이 불확실해졌다.
현대기아차에게 중국은 현대기아차가 반드시 잡아야만 하는 친환경차시장이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가 중국 친환경차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LG화학과 협력을 깨고 중국기업과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중국 친환경차시장은 2015년 40만4461만 대 규모로 성장했다. 2014년과 비교해 4배가량 성장한 것이다. 중국의 2015년 친환경차 판매량은 전세계 친환경차 판매량에서 17.2%에 해당한다.
현대기아차가 중국기업으로부터 전기차배터리를 공급받을 경우 아이오닉 전기차의 중국 출시시기는 대폭 미뤄질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아이오닉전기차를 개발하고 설계할 때부터 LG화학과 협력했는데 중국기업의 전기차배터리를 아이오닉전기차에 탑재하려면 설계를 일부 바꿔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우선 LG화학이 중국정부의 규제를 어떻게 돌파할지 두고 본 뒤 중국 친환경차 판매전략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LG화학이 중국정부의 제5차 전기차배터리 모범인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범인증을 받아 친환경차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을지 등 중국정부의 정책이 확실해지는 게 우선”이라며 “LG화학이 중국정부 규제를 어떻게 돌파하는지 두고 본 뒤 현대기아차의 친환경차 판매전략을 다시 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