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제15회 반도체의 날에서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이 금탑산업훈장을 받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
[비즈니스포스트]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은 삼성 출신 인재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익그룹을 키우는 용인술울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과 견고한 상생관계를 마련하고 반도체와 2차전지 장비라는 원익그룹의 핵심사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인물들을 최고경영자로 발탁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사업을 꾸려나가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단순히 인맥에 의존하려는 생각을 넘어서는 셈이다.
◆ 원익그룹 주력 계열사의 삼성 출신 최고경영자들
2025년 기준으로 원익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대다수가 삼성 출신 인재들이 최고경영자를 맡아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반도체 장비 및 소재, 2차전지 장비 분야를 주축으로 하는 이들 기업들은 삼성 출신 CEO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토대로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증착장비 업체인 원익IPS의 대표이사인 안태혁 사장이 원익그룹의 대표적 삼성 임원 출신으로 꼽힌다.
안 사장은 1962년생으로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한양대 금속공학 석사와 일본 나고야대 전기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제조센터장과 삼성SDI 소형·중대형 전지 사업부장 부사장을 지냈다.
안 사장은 2024년 1월 원익IPS의 대표이사에 선임되어 조직의 연구개발과 생산역량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있다.
안 사장의 임명은 원익IPS가 삼성 반도체 고객사의 수요에 신속히 대응하고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산업에서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데 전략적으로 중요한 인재 기용 사례로 꼽힌다.
다음으로 2차전지 장비 업체인 원익피앤이(PNE)의 최고경영자인 이기채 대표도 삼성SDI 출신이다.
이 대표는 삼성SDI에서 배터리 기술팀장과 제조센터장, 소형전지 선행기술 개발센터장을 역임하면서 배터리 분야에 오랜 경력을 쌓은 인물로 배터리 산업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기채 대표는 원익그룹이 전자부품 제조장비 업체 엔에스를 인수할 당시 엔에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영입됐고 원익피앤이와 엔에스의 합병을 주도했다.
원익피앤이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하는 이른바 캐즘(일시적 성장정체)으로 인해 2차전지 분야에서 대규모 적자가 지속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위기 극복과 체질 개선에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익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인 원익홀딩스에도 삼성그룹 출신들이 활약하고 있다.
조남성 부회장과 장성대 부사장이 각각 투자와 사업 각자대표를 맡고 있는데 이들 역시 삼성 출신이다.
조 부회장은 1983년 삼성에 입사해 30여년간 반도체, 전자 소재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고, 삼성전자 일본본사 법인장, 메모리 사업부 마케팅팀장, 스토리지 사업부장을 거쳐, 제일모직 대표,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고 장성대 부사장은 삼성전자 인프라기술 총괄 부사장 출신이다.
원익홀딩스는 자회사의 경영전략 및 자금 운영을 총괄하며, 삼성 출신 경영진들의 전략적 기획 능력이 그룹 전체의 성장 견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이밖에 이현덕 전 원익ISP 대표이사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기 시작한 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부사장을 역임한 삼성 출신이다.
◆ 삼성맨 등용이 가져온 효과와 그룹 내 시너지
이용한 회장이 삼성 출신을 전면에 등용한 전략은 원익그룹의 성장과 시장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우선 이른바 '삼성맨'들이 갖고 있는 조직 운영의 노하우와 기술 전문성은 원익그룹 각 계열사의 안정적 경영과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원익IPS가 2024년과 2025년 들어 삼성 반도체 고객사의 D램 투자가 확대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상승했고,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의 시장 점유율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원익그룹에서 일하는 삼성 출신 경영자들은 삼성 내부의 복잡한 기술 기획과 품질 관리 체계 경험을 갖고 있어, 원익그룹이 삼성이라는 최대 고객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고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원익QnC와 원익머트리얼즈 등 원익그룹 계열사의 소재와 부품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 삼성 출신 등용의 전략적 의미
이용한 회장은 1981년 무역회사 원익통상으로 시작했지만, 1983년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본격화와 발맞추어 방향을 전환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소재인 쿼츠웨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당시,
이용한 회장은 한국큐엠이를 인수해 쿼츠웨어의 국산화를 추진하며 삼성전자에 납품을 시작했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그룹의 성장동력을 마련하였고, 이후 인수합병을 통한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함께 삼성 출신의 영입에 집중했다.
이 회장이 삼성 출신 CEO를 중용하는 배경에는 삼성과 원익그룹 간의 긴밀한 비즈니스 관계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원익그룹의 최대 고객사이자 협력사로, 반도체와 2차전지 양대 핵심 사업 분야에서 원익의 제품과 기술력이 삼성의 공정 경쟁력에 직결된다.
이용한 회장은 이런 상생 구조에서 삼성 내부의 복잡한 경영 환경과 기술 수준을 잘 이해하는 인재들이 경영 전면에 설 수 있도록 배려함으로써, 효과적인 고객 대응과 그룹의 전략적 목표 달성에 유리한 토대를 조성했다.
이 회장은 단순한 인력 활용을 넘어서 인수합병(M&A) 이후 확보한 계열사의 경영을 삼성 출신에 맡기면서 기술력 강화와 경영 안정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용인술은 원익그룹의 빠른 성장뿐 아니라, 그룹 내 신뢰 체계 구축과 리스크 분산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