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6-05 10: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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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네이버가 자체 조사 과정에서 리박스쿨이 제21대 대선 관련 댓글 작업을 진행한 사실을 일부 확인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네이버로부터 “뉴스타파 보도에 언급된 9개 계정에 대해 로그인 기록을 분석해 보니 동일한 IP에서 명의가 다른 계정으로 접속한 사례를 일부 확인했다”는 응답을 받았다고 밝혔다.
▲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앞서 뉴스타파는 리박스쿨 측이 자손군을 운영하며 ‘네이버 아이디’도 직접 만들고 관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네이버는 아이디 1개당 최대 댓글 20개, 공감 표시는 50회로 제한하기 때문에 댓글작업을 하려면 여러 아이디가 필요하다.
특히 자손군은 자체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네이버 아이디를 만들어 제공하면서 이를 ‘총알’이라고 불렀다.
한 사람이 ‘총알’을 제공받아 네이버 아이디 여러개를 사용했다는 의미인데 실제 네이버 분석 결과 동일한 IP에서 명의가 다른 계정이 접속한 기록이 확인된 것이다.
최 의원은 “한 컴퓨터에서 한 사람이 아이디를 바꿔가면서 댓글작업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네이버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지난 4월29일 도입한 ‘이용자 반응 급증 감지 기능’에서도 자손군 활동이 감지된 것으로 확인됐다.
네이버 ‘이용자 반응 급증 감지 기능’은 특정 댓글에 일정 기준 이상으로 공감 또는 비공감이 집중되는 기사를 빠르게 탐지해 이용자와 언론사에 알리는 기능이다. 공감을 많이 받을수록 댓글창 상단에 노출되는 것을 악용한 공감수 조작을 감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네이버가 이렇게 감지한 문제 댓글 가운데는 자손군 조장으로 지목된 ‘우럭맨’이 작성한 것도 포함돼 있었다.
juh3***’아이디를 쓰는 우럭맨은 5월7일 게재된 문화일보 기사 ‘前 민주당원 “‘이재명 성남시’ 검찰 압수수색도 미리 알아”‘에 댓글을 작성했고 해당 댓글은 ’반응 급증‘으로 감지됐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리박스쿨 관련 보도 다음날인 5월31일 오후 1시경 해당 댓글은 삭제됐다. ‘우럭맨’이 스스로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는 우럭맨의 댓글 감지에 관해 최민희 의원실에 “삭제한 댓글은 저장되지 않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우럭맨(juh3****)이 썼다가 뉴스타파 보도 이후 스스로 삭제한 댓글. <최민희 의원실>
최 의원은 네이버가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댓글조작’에 대한 대책이라며 시행했던 ‘이용자 반응 급증 감지 기능’은 실제 댓글조작에는 속수무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4월29일부터 입너 대선 기간 동안 반응 급증을 감지한 댓글은 고작 12건에 불과했다. 리박스쿨이 자손군을 통해 네이버 아이디를 ‘총알’이라며 제공하는 등 대대적인 악성 댓글 작성에 나선 것이 확인됐음에도 네이버가 자체 도입한 시스템이 적발한 사례는 12건에 그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네이버는 이렇게 감지한 12건에 대해 직접적인 조치를 한 번도 취하지 않았다. 네이버는 반응이 급증된 댓글이 있을 경우 해당 기사의 언론사와 이용자에게 통보한다고 했지만 어떤 댓글인지 특정해 알리지는 않았다.
결국 12건 중 어떤 언론사도 댓글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용자들 역시 어떤 댓글에서 반응 급증이 일어났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심지어 증거인멸이 이뤄져도 무방비인 상황이라고 최 의원은 지적했다.
네이버는 공감 클릭을 통한 순위 조작을 막기 위해 선거 관련 기사에 대해 공감순이 아닌 최신순 정렬을 하는 대책도 함께 시행했는데 이 역시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언론사들이 최신순 정렬을 공감순으로 얼마든지 변경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84개 제휴사 중 11개 매체가 최신순 노출을 공감순으로 변경했다. 우럭맨이 반응급증 댓글을 단 것으로 확인된 문화일보 역시 ‘최신순’ 노출을 ‘공감순’으로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 의원은 “댓글조작 세력의 활동을 막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며 “포털사도 유명무실한 대책으로 책임을 피하려 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내놔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